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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정리-고양이는 멍청하지 않아. 고양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어느날 아는 형님에게 전화가 왔었지요. 자기 친구가 고양이 새끼를 길에서 주워 살려놨는데 키울 생각 있냐고 묻더군요. 마침 긴 자취생활에 외로움을 타던 때라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며칠 뒤 생후 3개월 남짓한 새끼 고양이를 식객으로 삼게 되었습니다. 헤아려보니 올해로 10년째입니다.  보고 있으면 기분이 한없이 좋아지는 이녀석들은 개보다도 신통방통한 면이 많습니다. 똥오줌은 알아서 가리고, 산책가자며 칭얼대지도 않습니다. 밥은 알아서 먹고, 노린내도 나지 않아요. 혼자 사는 사람에게 고양이만큼 함께 살기 편한 동물도 없다고 해도 될겁니다. 물론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지요. 먼저, 고양이는 부른다고 오지 않습니다. 개보다 멍청해서 그럴까 싶다가도 키워보면 아니었습니다.고양이는 사람..
생각 정리-누에게 밥을 먹으면 비가 내린다 누에가 밥을 먹으면 비가 내린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다.나 어릴 적에 외가댁에서는 돈 되는 일이라면 대부분 손을 댔었다. 논농사 밭농사는 물론이고 담배도 키웠다. 양잠도 그중 하나였다. 외가댁 뒷마당을 넘어가면 검은색 비닐로 덮어둔 큰 하우스 세 동이 있었다. 안에는 대나무로 얽어맨 틀이 어렸던 내 키를 넘길 정도로 높다랗게 늘어서 있었다. 틀에는 기다랗게 잘린 뽕나무 가지가 가득했다. 뽕잎마다 누에가 가득 앉아 있었는데, 연신 머리를 움직이며 뽕잎을 갉았다. 하우스 안에서는 비가 오듯이 귀를 간질이는 소리가 계속 울렸는데, 누에가 뽕잎을 갉는 소리였다. ​털이 수북한 송충이를 보면 눈이 찌푸려지기 일쑤지만, 누에는 그렇지 않다. 젖빛의 몸통은 연한 키틴질로 덮여 있어 만져보면 제법 부드럽다. 원통형의 몸..
생각 정리-문서를 예쁘게 만드는 습관 ‘자료를 예쁘게 아니면 인상 깊게 만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요?’ 라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저는 디자이너가 아니기 때문에 오랫동안 들인 습관을 소개합니다. 바로 예쁜 걸 보는 겁니다. 예를 들면 잡지입니다. 이왕이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잡지들 위주로 봅니다. 처음에는 그냥 봅니다. 두 번째는 글과 사진의 어울림을 봅니다. 세 번째는 글과 사진 그리고 구성을 봅니다. 이왕이면 어떤 색을 주로 썼는지도 봅니다. 보다 보면 일정한 규칙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 규칙을 내 자료에 넣다 보면 보기에도 예쁘고 인상 깊은 결과물이 나오곤 했습니다 ​잡지 보기 말고 다른 습관이 있다면 백화점을 찾는 겁니다. 백화점은 고객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여러 관점에서 고민한 결과물들이 춤을 추는 곳입니다. 심지어 ..
생각 정리- "제 일은 손님의 아침을 여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상경한지 20년이 다 되어갑니다.대전에서 태어나 27년 살고 올라왔으니, 지금껏 살아온 시간의 절반을 수도권에서 보낸 셈이 됩니다. 처음에는 금호동이었습니다. 그러고는 천호동 그다음에는 봉천동 그다음에는 이태원, 마지막은 창동이었습니다. 이곳저곳 자주 이부자리를 옮겨 다녔네요. 서울 서쪽을 제외하고 말이죠. 봉천동에 살았을 때 뱅뱅사거리로 출퇴근을 했습니다. 애증이 뒤섞인 첫 직장이자 두 번째, 세 번째 직장이 있던 곳입니다. (두 번이나 퇴사하고 재입사를 반복했다는 소리입니다.) 지하철을 타고 갈 때도 있었지만, 귀차니즘이 온몸을 휘감을 때면 나름 사치 좀 부려보겠다고 택시도 탔습니다. 정확한 시기가 떠오르지는 않지만, 한 택시 기사님이 기억 한구석에 남아 있네요. 급한 마음에 잡아탄 그 택시는 처음에..
생각 정리-안 먹어보면 모른다. 내가 어릴 적에는 리모컨은커녕 빙글빙글 도는 손잡이(그때는 로터리식이라고 했다.)를 돌려 TV 채널을 골랐다. 그 TV로 봤던 1988년 서울 올림픽 개막식은 잊을 수가 없다. 지금이야 거짓으로 확인되었지만, 비둘기 수십 마리가 통구이가 되었다는 설이 난무했던 성화 점화식을 생중계로 봤으니 말이다. 그로부터 5년 뒤, 우리나라에 큰 행사가 또 열렸다. 서울에서 치러진 올림픽과는 달리 행사는 직접 가볼 수 있었다. 1993년 대전 세계 박람회, 다시 말해 '93 대전 엑스포'였다.​예나 지금이나 대전에는 보고 즐길 것이 없다. 오죽하면 대전 시장도 ‘노후를 보내기 좋은 도시’라고 했을 정도라며 공언했을 정도니 말 다했다. 그 만큼 대전에는 별일도 없고 놀 곳도 없다. 뉴스에서 종종 나오는 기상재난도 강림을..
생각 정리- 크림은 빼고 드릴까요? 아침과 꼭 함께하는 먹거리가 있어요. 주인공은 커피입니다. 집에서 아침 일과를 볼 때면 직접 내려 마시고 외출을 하면 라테를 마십니다. 라테는 가능하면 달달하게 마십니다. 풍문으로 듣기로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아침식사 대용으로 라테를 마신다고 합니다만, 같은 맥락입니다. 이왕이면 열량을 줄 겸 달게 마시는 겁니다.​최근에는 즐겨찾는 스타벅스에서 봄 신상 음료인 슈크림 라테를 마십니다. 풍성하게 올린 슈크림 덕분에 위장 말단까지 달콤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톨 사이즈 한 잔을 들이켜고 나면 허기는 잊히고 카페인 기운과 당도가 머리끝까지 채워지지요.​이 음료의 핵심은 ‘슈크림’입니다.엄밀하게 따지자면 슈크림은 실제 먹는 크림이라기보다는 빵 종류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크림 자체만 놓고 볼 때는 ‘커스터드 ..
생각 정리-도와달라고 잘 하시나요? 지금까지 이성을 만나며 알게 된 공통점이 점은 연애에도 결혼에서도 동일합니다. 바로 어떤 공통점이냐면 말이지요. '도움'요청입니다. 그러니까 '도와달라는 경우'가 잦다는 점이죠. 사람에 따라 빈도 차이는 있지만, 없지는 않습니다. 제가 이걸 왜 공통점으로 느끼느냐면 말이지요. 저는 도와 달라고 하지 않는 성격이라 그렇습니다. 일을 안 하면 안 했지, 도와달라는 말은 안 합니다. 민폐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렇다고 안 도와주는 사람은 아닙니다. 지하철에서 캐리어 들고 어려워하는 사람을 보면 스스럼없이 도와드립니다. 하지만 제가 도움을 청하지는 않는다는 거지요.​그런데 말이죠 나이 들면서 확실히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사람과 어울려 사는 사람 그러니까 도움을 줄 수 있고, 도움을 받을 줄도 아는 사람이 성장..
생각 정리-미친놈 소리를 들으며 자랐다. 누가 당신에게 ‘미친놈’이라고 하면 기분이 나쁜가 좋은가?아니면 무덤덤한가? 나는 무덤덤했다. 그러니까 바보 소리를 듣던, 병신 소리를 들어도 별달리 감정이 요동치지 않았다. 이쯤에서 그쳤으면 다행일지 모르지만, 한술 더 떴는데, ‘헤헤’거리면서 웃기도 했다. 그러니 사람들 눈에는 ‘저 녀석은 욕을 먹어도 좋다고 하는 걸 보니 병신이 맞다’ 싶었을 것이다.​낮에 누가 내게 욕을 하는 일을 겪었다 치자, 그럼 그 당시는 별 반응 없다가, 내 방으로 돌아오면 달라졌다. 욕을 먹었다는 사실, 별 반응하지 않았다는 사실 그리고 웃음거리가 되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분노가 남을 향했으면 좋으련만 나를 향했다. ‘병신같이 반응도 하지 못하고 욕이나 먹고’라는 식으로 말이다.​깊은 바닷속 심해어를 낚는 기분으로 고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