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눈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직장 다니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이직했던 회사의 이야기죠. 그 회사에 대해서는 기대가 많았습니다. 규모도 적당히 있었고 업력이 상당했던 실력자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배울 것도 많고 보여줄 것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한 번은 A 팀과 함께 제안 작업을 했습니다. 그 팀과 제 팀은 다루는 분야가 달랐지만, 함께 제안하는 입장이었습니다. 프레젠테이션은 각자 파트를 나눠 진행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저는 전문 사회자이면서 방송 경력이 있었지요. 이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으레 그렇겠습니다만, 다른 이를 관찰하기를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다 제 기술의 양분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 제안 작업에도 기대가 많았습니다. 경력도 저보다 많고 능력 있다는 사람의 말 하기 능력을 볼 수 있었으니까요.
이상한 일은 제안 날짜가 점점 다가오는데, A 팀 담당자분의 연습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집에서 연습하나 싶었습니다만, 야근하는 저와 거의 같이 퇴근을 했으니 집에서 연습을 하기에는 무리였을 겁니다. 제안 당일이 되지 A 팀 담당자는 일찍 출근을 해 회의실에서 연습을 했습니다. 연습용 대본을 들고 외우는 듯이 중얼거리며 말이죠.(나중에 다루겠지만, 저는 권하지 않는 연습 법입니다.)
제안을 받을 고객사에 도착해 프레젠테이션이 시작되고 저는 제 눈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 못했기 때문입니다. 청자의 상태도 고려하지 않았고 격양된 어조와 단조로운 몸짓은 자기소개만 달달 외워 말하는 면접자와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말하기가 유연하지 못하니 돌발 상황에도 대처를 어려워했죠. 나중에 안 사실은, 다른 담당자들도 비슷했습니다. 제안서 작성에만 힘을 쏟는 탓인지 실제 말하는 연습량은 턱없이 작았습니다. 어떻게든 되겠지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말하기는 몸쓰기입니다. 운동과 같죠. 새로운 동작을 물 흐르듯이 잘 해내려면 많은 연습이 필요합니다. 마치 프리재즈 연주자처럼 연주하는데 필요한 각각의 스킬을 마스터급으로 해낼 수 있어야. 제 마음대로 움직이며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습니다. 말하기도 그와 다르지 않습니다. 15분짜리 프레젠테이션에서 몸을 자유 자재로 쓰려면 그에 몇 배가 되는 연습량이 필요합니다. 어려운 점은 연습하는 데 시간을 할애하기 쉽지 않다는 점일 겁니다.
그래서 권하는 방법은 ‘매일 조금씩 비슷한 형식의 말 하기를 하기’입니다. 10분 이든 15분 이든 좋습니다. 사람 앞에서 한다면 제일 좋고 여의치 않다면 휴대폰 카메라를 켜놓고 해도 좋습니다. 이렇게 잘게 쪼개서 매일 연습을 하면 뇌에서는 말하기 지도를 그립니다. 특별히 생각하지 않아도 말이 나올 수 있도록 말입니다. 뇌 과학자들이 말하길 과학적으로 검증된 방법입니다. 벼락치기보다 매일 조금씩 하기 말입니다.
저처럼 말하기가 직업인 사람들의 공통점입니다. 타고나게 말을 잘 하는 게 아니라, 어려서부터 말해야 하는 상황에 자주 노출이 되었고 그 상황을 피하지 않았으며 실패와 함께 성공 경험을 쌓아서 결국에는 마음 가는 데로 말해도 충분한 상태에 오른 것이죠.
한 가지 더 도움이 될 방법이 있다면, 되도록이면 사람 앞에서 연습하는 것입니다. 특히 청자 역할을 하는 사람에게 ‘평가를 하지 말되 앉아만 있어달라’고 주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앉아있기만 해도 긴장감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슛 연습을 하는 강백호 앞에서 채치수가 손만 들고 있던 것만으로도 슛 자세가 흐트러지게 되던 것처럼 말이죠.
연말입니다. 연초 사업을 위해 준비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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