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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정리-담배 냄새...

 

새벽에 일어나 무언가에 몰두하면 뭐가 좋을까요? 좋긴 뭐가 좋냐 잠도 못 자서 피곤하지 않느냐고요? 새벽에 일어난다고 해서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건 아닙니다. 일찍 자야 합니다. 새벽 네 시에 일어나려면 저녁 아홉시 좀 넘어 자면 되지요. 그럼 대략 일곱 시간은 잘 수 있습니다. 

 

아홉시 삼십 분에 잠들고 네시 좀 넘어 일어나는 삶을 산 지 이제 삼 년에 접어듭니다. 그러면서 알게 된 건 제가 꿈나라를 여행하는 적당한 시간은 일곱 시간 정도라는 거였습니다. 덜 자든 더 자든 피곤해지는 건 똑같더군요. 이 밖에도 몇 가지 더 알게 된 사실들이 있어요. 괜스레 잠이 오지 않는다고 자정을 넘겨 잠들면 다음날이 엉망이 된다는 것, 그리고 그만큼 스트레스가 쌓인다는 것. 게임을 하든 책을 보든 공부를 하든 밤 늦게까지 하기보다 충분히 자고 새벽에 일어나 하는 게 낫다는 점입니다. 

 

찾아보니 연구 결과도 있더군요. 인간은 저녁 일곱 시 즈음부터 잠을 부르는 멜라토닌의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간뇌에서 나오는 이 호르몬 덕분에 잠이 들고 부족해질 때 즈음 깬다고 합니다. 그렇게 잠이 든 동안 몸은 기력을 채우고 말이지요.

 

멜라토닌에도 부작용이 있다고 합니다. 우울감이 대표적이더군요. 그래서 한밤중에 잠을 안 자고 있으면 생산적인 행동을 하기보단 우울감에 허튼짓거리에 빠지기도 한다. 인터넷 게시판에 새벽이면 유독 자아비판 글이 많아지는 배경이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그러니까 '우울하면 밥 먹고 자라'라는 조언은 잔소리가 아니라 제법 과학적인 조언이겠습니다.

 

저는 멜라토닌 분비가 강해지는 무렵에 잠자리에 들고, 호르몬이 몸을 지배하기가 끝날 때 즈음에 잠에서 깹니다. 몸을 효율적으로 굴리기 좋은 상태로 맞춤 셈이죠. 이렇게 새벽에 일어나면 집중이 잘 되고, 성실하게 사는 것 같은 기분에 자뻑에 취하기도 합니다. 좋은 말로 상쾌한 기분인데, 이때 시원한 물과 공기를 마셔주면 더 좋더군요. 저는 밖으로 나가서 시원한 기운을 느끼기도 하는데, 종종 불청객을 만나곤 합니다. 새벽에 운동하려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면 반겨주는 고약한 기운, 바로 담배 냄새입니다.

 

오늘도 마주쳤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을 가득 채운 담배연기는 코를 자극하다 못해 절로 싯팔거리게 만들더군요. '이 새벽부터 몸에 좋지도 않은 연기를 들이키는 이유가 뭐람? 이왕이면 깨끗하게 털고 집에 갈 것이지 엘리베이터에 까지 영역 표시할 건 왜지?'라며 투덜거리게 만들었습니다. 흡연가에 대한 저주 섞인 생각을 쏟아내면서 이 불쾌감을 어떻게 털어버려야 할지 생각해 봤습니다. 이럴 때면 낡아서 느려 터진 엘리베이터도 싫어지고 이런 환경에서 살 수 밖에 없는, 신세 한탄까지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득 그 애연가 입장에서 생각을 해봤어요. 지금 엘레베이터에 시간이 새벽 다섯 시 하고도 반을 넘겼을 무렵이니, 이 이른 아침에 담배 한 모금 들이키고 싶어서 일층까지 나가서 피운 건 그 나름대로 조심한 게 아닐까 말이죠. 자기 집이나, 밖에서 담배 한 모금 들이키기 어려운 환경인데, 안면 몰수하고 그냥 피울 수도 있겠지만, 참다가 새벽에 나간 건 아닐까? 말이죠.

 

비록 제가 담배연기에 불쾌했지만, 그도 최대한 조심한다고 했을지 모릅니다. 모든 걸 저 같은 비흡연자에게 맞출 수는 없을 겁니다. 이 흡연자를 대낮이나 일과시간에는 볼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새벽에만 피운다고 가정하면 '그래 이 정도는 내가 배려할 수 있지, 연기를 직접 마시는 건 아니니'라고 좋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타인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봅니다. 서로 다른 변수가 너무 많으니 말이죠. 그런 세상에서 서로를 위해 스스로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내가 하는 만큼 남들도 하길 강요하기보다는 상대도 최선을 다 했으리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기가 낫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니까 상대가 나쁘다고 전제하고 판단하기보다는 상대도 상대 입장에서 선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기 말이죠. 

 

오늘의 생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