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침마다 알 수 없을 정도로 떼를 쓰며 울음을 쏟던 딸 1호를 보며 아내가 한 말입니다. 저도 오늘 겪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것 같아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침 등원도 제게 맡는게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내막은 이렇습니다. 아이들이 최근에 큰 어린이집으로 옮겼습니다. 예전에 다니던 곳은 4세반 까지 밖에 없는 소규모 어린이집이었습니다. 이제는 나이가 찼으니 더 규모가 큰 곳으로 보내게 되었지요. 이곳은 규모가 크다 보니 몇 가지 주의사항이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는 등원 차량이 아이들을 기다려주지 않고 바로 떠나버린다는 점입니다. 예전에 다니던 곳은 어느 정도 양해해 주었지요. 이렇다 보니 아침 등원을 맡고 있는 아내 입장에서는 정신이 없습니다. 아이가 한 명도 아니고 쌍둥이고, 그 둘은 서로 요구사항이 다릅니다. 성향도 반대지요. 이른 아침에 아이들 깨워 비몽사몽한 채로 옷을 입히고 시리얼 먹이고, 예쁜 옷을 고를 틈도 없이 바로 나가야 합니다.
하원은 제가 맡습니다. 하원하면 바로 집으로 들여보내고 밥을 해먹입니다. 그리곤 바로 씻습니다. 씻고 머리 말리고 잠시 한숨 돌리면 다시 잘 시간입니다. 저희 집은 9시 30분 에는 잠자리에 들거든요. 그래야 아침에 일찍 일어날 수 있으니 말입니다. 하루를 이렇게 보내니 아이들 입장에서 부모와 함께 편히 널브러져 있거나 자기들 마음대로 뭔가를 할 시간이 없다시피 합니다. 어린이집에서는 단체생활을 할 테니 거기서도 마찬가지겠지요.
요새 떼쓰기가 많아진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제 촉이 맞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빡빡한 일정에 폭발할 때가 되었다 싶었거든요. 지치겠지요. 부모 눈치도 봐야 하고 선생님 눈치도 봐야 하고 심지어 쌍둥이라 서로의 눈치도 봐야 합니다. TV 채널 고르는 것도 마음대로 하질 못하니 말입니다. 더 어렸을 때는 이런 걸 알지도 못한 채 흘려보내왔는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구체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서운한다든가, 속상한다든가 그래도 하고 싶다든가의 욕심 표현도 하지요. 성장하고 있는 딸들이 불만이 가득할 수 밖에요.
아내나 저나 홀로 둘을 돌볼 때는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 아이들을 통제할 수 밖에 없으니 공포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이른바 몽둥이와 훈육이지요. 오늘만 해도 등원 직전에 가지 않겠다고 1호가 그러더군요. '엄마 아빠는 일하러 나가야 한다, 어린이 집에 가지 않아도 되니 집에 있으라'고 일갈해버렸습니다. 대성 통곡을 하며 바닥에 주저앉은 아이를 질질 끌고 집에 와버렸습니다. 그 와중에 겁먹은 2호도 울어버리고 말고요.
1호를 한참 달래고 제가 차에 태워 등원을 시켰습니다. 어린이집에 도착하니 이제 막 도착한 다른집 아이들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남을 보고 비교하면 불행해진다지만, 부러웠습니다. 엄마든 아빠든 멀끔하게 차려입고 고급차를 끌고 예쁘게 입힌 아이들을 하나씩 데리고 오던 그 모습 말입니다. 딸들을 거지같이 입히고 저는 세수도 못한 채 잠옷 바람에 슬리퍼 끌고 나왔고, 제 차는 좁아 터진데다 썩은 차이니 말입니다. 제 표정은 당장 욕지거리를 뱉을 표정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등원길에 티니핑 노래 틀어줬다고 즐거워진 딸들이 저를 꼭 안아 주었습니다. 울 뻔했지요...
집에 돌아와 생각해보니 문득 아이들이 아직 어리다 싶더군요.(당연하지 이제 48갤인데...) 이제 고작 세상에 나온 지 48개월 밖에 되지 않은, 아직 밤 기저귀도 떼지 못한 아이들이란 점 말입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너무 가혹한 하루를 강요한 것은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그냥 내가 아침 등원 여유롭게 해주는 게 낫겠다고 전했습니다. 아직 결정은 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그렇게 해야겠다 싶더군요.
아내가 말하길 '그럼 일 안 할 거냐'라고 물었지만, 자식을 담보 잡고 그래야 하나 싶은 생각이 더 커지더군요. 먹고 살아야 한다는 가치 아래 자식을 희생시켜야 하는가 말입니다. 하는 일, 하려는 일 그만두고 일용직이라도 하면 적어도 아이들 반찬값은 벌 테니 말입니다. 물론 언젠가 아이들이 왜 우리 아빠는 직업이 없는가에 대한 물음에 답을 해주긴 해야겠지요.
아마... 악귀는 제게 들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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