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준비, 왜 이렇게 힘들까요?
전문사회자 입장에서 예비부부를 만나다 보면 낌새가 느껴진다. ‘아 잘될 것 같다, 아냐. 힘들겠는데?’ 이런 생각들이다. 이 생각은 의외로 잘 맞는다. 한 70%의 확률로 말이다. 여기서 힘들겠다는 표현은 두 가지 의미다. '요구를 맞춰주기 힘들 것 같다'와 '파혼할 것 같다'는 점이다. 놀라운 사실일지 모르겠지만, 내가 만나는 예비부부 중 결혼까지 이르지 못하는 수가 약 20~30% 정도 된다. 10명이면 2~3명은 파혼을 하는 셈이다. 행복해도 모자랄 결혼 준비가 왜 파혼으로 이어질까? 다행히 나도 결혼한 몸이기에 그 이유를 얼추 짐작할 수 있었다. 개개인의 사정에 따라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네이트판에 흔히 올라오는 사연인 바람 같은 흔한 이유도 있다. 오늘은 결혼준비를 하는 사람들을 힘들게 만드는 분쟁거리 중 하나인 ‘결혼식 장소’에 대해 이야기다.
예비 부부가 자주 겪는 갈등 상위 다섯 가지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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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준비는 이해관계자가 많기 때문에 힘들다.
결혼이 당사자 둘만의 일이라면 별로 싸울일이 없다. 연애처럼 둘이 분쟁이 생기면 둘이 풀면 그만이다. 결혼 준비는 다르다. 당사자 외에 또 다른 당사자인 양가 부모님이 있다. 협의할 대상이 많아지면 의사소통도 복잡해지고, 오해를 낳기 쉽다. 마치 하나의 사업에 관여한 두 사업부의 최고 책임자 사이에 끼어있는 상황과 비슷하다. 사안의 경계를 분명히 나누고 의사소통 하지 못하면 결국 불만이 남거나 분쟁으로 벌어지기 십상이다.
여기에 ‘문화 차이’가 개입한다. 부모님이 겪어왔던 결혼 문화와 내가 경험한 문화가 다르고 배우자 될 사람의 부모님이 경험했던 일과 다를 수 있다. 심하게는 지역과 가풍에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에 협의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다른 한쪽에서 ‘원래 그래’ 혹은 ‘당연’한 것들이 상대방 입장에서는 아닐 수 있다.
신랑측과 신부측 양가의 문화 차이를 먼저 봐야한다.
결혼식 장소 선정은 남자 쪽에서 결혼할지 여자 쪽에서 결혼할지에 대한 협의가 중요하다. 웨딩홀에서 할 것이냐 스몰웨딩 장소에서 할 것이냐는 부수적인 문제다. 부모님 세대는 보통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처럼 통신과 교통이 발달한 시대가 아니었기 때문에 결혼은 보통 마을 혹은 도시 안에서만 벌어지는 일이었다. 대전사는 철수가 옆동네 사는 순이와 결혼할 가능성이 높았지, 서울사는 미스리와 결혼할 가능성이 높지는 않았다. 남자 쪽에서 혹은 여자 쪽에서 결혼할지 의논할 필요가 없다. 그냥 사는 동네 고속버스터미널 근처 웨딩홀에서 결혼하면 그만이었다.
지금의 우리는 다르다. 서울사람이 부산사람과 혹은 한국 사람이 일본사람과 결혼하기도 한다. 문화 차이에서 오는 분쟁이 있을 수 있다. 내 경우 아내는 부산사람이다. 부산(경남)권은 보통 여자 쪽에서 결혼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나는 대전(충남)이고 남자 쪽에서 결혼하는 문화를 가졌다. 부모님은 남자 쪽에서 결혼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셨다. 처가댁은 여자 쪽에서 결혼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셨다. 문화 차이에서 합의할 문제가 생길 것은 필연이었다. "이왕이면 원만하게 해결하고 싶었다"
양가 중 한쪽이 포기하는 것으로 합의한다?
양가 중 한쪽이 포기하고 신랑 혹은 신부 측에서 결혼하면 된다. 예나지금이나 많은 커플이 이 방식으로 결혼한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축의금 문제와 버스 임대 및 음식 등의 문제가 끼어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가 부산에서 식을 올린다면 저희 부모님은 부모님 하객을 수송하기 위해 45인승 버스를 임대해야 하고 여정 동안 손님들에게 대접할 도시락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부산에서 하게 되면 부모님이 예상한 하객 모두가 오지는 못할 가능성이 높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축의금이 약 60% 정도로 떨어진다고 봐야 한다. 경제적 논리에서 손해인 셈이다. 부모님이 이점을 내려 놓을 수 있다면 합의가 가능할 것이다. 다만 부모님이 지금까지 들어둔 무이자 적금(축의금)을 쉽사리 포기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나는 축의금 문화는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입장이다. 축의금을 받지 않는다면 애초에 이런 고민할 필요도 없다. 어차피 축의금은 받는 만큼 토해내야 하는 미래의 지출비용이다.)
신랑 측과 신부 측 중간에서 결혼하기
"어느 한쪽에 맞추려면, 일방의 양보를 바라는 것이고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당사자가 있는 서울에서 결혼식을 올렸으면 합니다.
결혼식의 당사자는 저희니 저희에게 집중될 수 있도록 부모님이 배려해주셨으면 해요.
먼 곳에서 오지 못하시는 부모님 하객은 결혼식 전에 잔치로 모시면 됩니다.
우리가 결혼할 장소는 스몰웨딩을 위한 공간이라 많은 분을 모실 수도 없고,
이름도 얼굴도 잘 모르는 분들을 하객으로 모시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것이 저희의 마음이니 들어주셨으면 해요"
나는 이렇게 부모님을 설득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부모님은 축의금 손해도 보지 않으셨다. 이렇게 의사를 전달하고 추진할 수 있었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부모님 지원을 받지 않고 결혼을 준비했고, 우리의 주관을 분명히 표현하고 설득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다행히 양가 부모님께서 우리의 의견을 경청해 주시고 수용해 주셔서 원하는 대로 진행되었다.
경제적 논리에서 보면, 금전적 지원을 받는 것은 일정한 ‘지분’을 인정하는 셈이고 그에 따른 발언권을 인정하는 셈이기에, 경제적 지원을 받지 않아서 우리의 의도대로 결혼식을 올리게 된 것이었다.
결혼식 장소는 양가의 문화와 축의금 등의 복합적인 이유로 분쟁이 일어나는 원인이 된다.
어느 일방이 포기하지 못해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고 파혼으로 이어지는 케이스도 있다. 장소의 문제가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결혼 당사자는 현명한 행동을 해야한다. 현명하게 대처하려면 당사자의 분명한 주관(태도)이 필요하며 주장을 밀어붙일 배경이 있어야 한다.
부모님 입장에서 자식 결혼에 비용을 부담하시면, 자식은 부모님 덕에 결혼하는 셈이다. 부모님은 그만큼 발언권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비용지원을 받지 않으면 않을수록 부모님 발언권은 작아질 수 있다. (전혀 안 그러신 분들도 계시지만…) 비용지원을 받지 않고 본인과 배우자가 원하는 바에 집중하면 할수록 당사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혼식이 진행될 수 있다. 여러 사람을 만족하게 하려고 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당사자가 원하는 바와는 멀어질 수 있다.
덧붙이면 나와 아내는 돈이 많아서 부모님 지원을 포기한 것이 아니다. 부모님의 금전 지원은 모두 갚아야 할 부채로 보았다. 그만큼 우리의 자유를 옭아매는 것으로 봤기 때문에 받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내가 너희에게 해준 게 얼마인데’ 소리를 들을 일을 봉쇄한 셈입니다. ‘내가 너희 결혼할 때 해준 게 얼마인데!’라는 말과 함께 시작되는 부모와 자식간 분쟁은 익히 흔한 일이다. 이 포스팅을 보는 사람들도 부모님과 배우자 부모님과의 분쟁을 최소화하고 결혼식을 올리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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