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쓰기

생각 정리-ㅅㅂ 큰일 났다

 

'ㅅㅂ 큰일 났다'

 

아버지와 목욕탕을 가면 두 시간 정도 시간을 보냈습니다. 전 후반으로 나눠서 보면, 전반은 몸을 불리고 후반은 때를 미는 시간입니다. 어린 아이들이 그렇듯이 뜨거운 탕에 오래 들어가 있지는 못했습니다. 미지근한 물이나, 냉탕에 들어가서 놀기 바빴지요. 어떤 날은 아버지 눈을 피해 잠을 자기도 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온 가족이 나왔으니, 피곤하기도 했거든요. 그러다가 때를 불리지 못하기도 했어요. 아버지는 몸이 제대로 불지 않은 저를 알아보곤 하셨죠. 더 시간을 주셨으면 좋으련만, 어머니와 약속한 시간이 있어서, 그대로 때를 밀어주셨습니다. 그럼 정말 아팠어요. 아프다는 하소연도 먹히지 않았어요. 놀기에 정신이 팔려 때를 불리기를 놓치고 나면, 큰일 났다는 소리가 절로 났습니다. 아버지는 힘이 세셨거든요.

 

얼마 전에 오랜만에 목욕탕을 다녀왔습니다. 탕에 앉아 때를 불리면서, 어렸을 때 기억으로 쪽잠도 자보면서 목욕을 즐겼습니다. 자리에 앉아 때를 밀어보니 잘 나왔어요. 피부가 빨개지지도 않고 쑥쑥 잘 나왔죠. 그렇게 목욕을 마치고 나니 개운한 기분에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도 생기더군요. 그날 밤은 발가락 끝까지 간질이는 개운함으로 잠을 잤습니다.

 

돌이켜보면 말이죠. 어릴 때의 저는 무르익기를 피해 다녔습니다. 그리고 막상 닥쳐서 'ㅅㅂ 큰일 났다'라며 게을렀던 자신에게 화살을 쐈죠. 무르익을 만큼 인내하기보다 피하고, 요행수를 찾고 말입니다. 나이를 먹어보니 세상에 나와서 보니, 세상일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았어요 적어도 남들처럼 살려면 지름길 찾아다니지 말고, 그 순간에 충실해야 했습니다. 그 시간이 켜켜이 쌓여 무르익어 결과가 나올 때까지 말입니다. 

 

일이 잘 되지 않는 건, 열심히 하기를 떠나 익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익을 만큼 인내하지 않았다, 기다리지 않았다가 먼저라는 걸 받아들일 필요가 있었습니다. 잠자리에 들어 오늘 뭘 했는지 하나씩 적어보면, 정말 열심히 살기보다는, 날려버린 시간이 더 많았음을 마주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농땡이 피우지 말고 충실히 살지 않으면 단순히 큰일 났다며 허둥대기 이상으로 나쁜 결과를 얻고 말겠죠. 그때 가서 열심히 하려 한들 빨개지다 못해 쓰라리는 때 밀기가 될 겁니다. 그러니 오늘도 탄산음료보다는 물을 마시고, 늦게 잠을 자기보다는 일찍 자고, 배부르게 먹기보다는 살짝 배고프게 먹고, 이돈 받고 일하려니 힘들다 보다는 내 가치에 맞게 받고 있다고 생각하며,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려야겠습니다. 나중에 가서 'ㅅㅂ 큰일났다'고 하지 않으려면 말입니다.

 

오늘의 생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