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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정리-맥도날드에서 5성급 호텔 서비스를 받아봤다?

"맥도날드에서 5성급 호텔 서비스를 받은 것 같습니다."

 

저는 맥도날드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창업 이야기가 흥미로운데다, 비즈니스 구조, 기업의 유지 관리 등 경영학적 측면에서도 말이지요. 직원으로 현장에서 일해본 경험도 있다 보니 애착도 갑니다. 공공연히 밝히는 사실입니다만, 맥도날드에서 2년 하고도 6개월간 일했던 시간은 강사로서, 한 인간으로서 소중한 자산이라 생각합니다. 특별한 건 아닙니다. 그저 하루에 약 150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관찰‘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관찰하다 보니 사람들의 행태에 호기심이 생겼고 강의 주제나 소재로 활용하기까지 이르렀습니다.

제가 맥도날드 드라이브 쓰루에서 일하던 때입니다. 여느 때처럼 점심시간까지 일을 마치고 강의를 하러 나갈 채비를 하는데, 관리자가 부르더군요. 드라이브 쓰루 경험이 적었던 터라 뭔가 실수라도 한 건가 싶었습니다. 관리자가 이야기해 주길, 자신이 지금까지 맥도날드에서 일하면서 이런 VOC(고객의 소리)는 처음 받아 봤다는 겁니다. 내용은 이랬습니다.

 

"맥도날드에서 5성급 호텔의 서비스를 받았습니다.

이 직원 누군가요? 당장 상을 주세요"

 

 

드라이브 쓰루에서 고객 주문을 받던 저를 향한 VOC였습니다. 얼떨떨했습니다. 뭔가 특별히 한 건 없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어떻게 주문을 받았는지 복기해 봤습니다. 아마도 고객은 제 눈 맞춤에 감동한 모양이었습니다. 실은 제가 지금까지 고객 입장으로 드라이브 쓰루를 이용할 때마다 불편한 점이 있었습니다. 주문받는 직원이 운전자보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구조였습니다. 사람과 눈 맞춤을 하고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길 중요하게 생각하는 제 입장에서 마치 사람과 대화하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나 할까요?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눈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위에서 내려다보는 그 모습도 불편하게 느껴지고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반대로 했습니다. 게다가 제가 키가 크고 덩치가 있으니 고객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는지라 더 신경 썼습니다. 그냥 쪼그려 앉아서 고객과 눈 맞춤을 하고 미소를 보내며 부드러운 어투로 응대했던 것뿐이죠. 뭐랄까요 ‘사람다운 대화’를 하려고 했다고나 할까요?

생각해 보니 좋은 반응이 몇 가지 더 있었네요. 드라이브 쓰루에 진입한 고객이 영어권 사람인 것 같으면 바로 영어로 응대한다든지, 제 본업이 본업인 만큼 표준어에 신경 써서 응대한다든지 등입니다. 그래서인지 주문을 편하게 하던 미국인 분과 성우분이 방송 촬영하는 거냐며 되묻던 고객이 떠오릅니다.

고객에게 친절을 베풀기 위해 배워서 한 것이 아니라. 고객과 점원이란 간판을 떼고 사람과 사람으로 대했을 뿐인데, 결과는 달랐습니다. 이 경험을 들여다보니 몇 가지 시사점이 있어 보였습니다. 첫째는, 호텔이나 항공기 같은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일수록 사람과 사람 간의 대화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 맥도날드 같은 브랜드에서는 그런 서비스를 기대하지 않는다는 점. 셋째는 고객만족은 사소한 곳에서 이뤄진다는 점입니다.

사소한 친절, 작은 배려가 그래도 살만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오늘 여러분과 관계를 맺고 있는 가족 혹은 동료 혹은 불특정 타인에게 최고의 친절을 담은 표정이나 말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의 생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