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게 있으면 잘게 쪼개서 조금씩 해봐. 그러면 얼추 얻게 될꺼야"
(얻지 못해도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게 있지)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과 경험을 쌓게 하는 노하우였습니다. 방법은 이렇습니다. 목표를 세웁니다. 골에 도착하기까지의 계획도 세웁니다. 그리고 그 계획대로 함께 합니다. 자녀가 중간에 포기하지 않도록 기운을 끌어내기도 하고 마음을 환기하는 법도 알려줍니다. 타고난 엄청난 재능으로 한 번에 이루기가 아닌 조금씩 모아 이루도록 이끕니다. 가볍게 100만 원 모으기부터 크게는 책 쓰기까지 규모를 점점 키우면서 말입니다. 자녀는 이 과정으로 매일 조금씩 실행하기, 실행하기 위한 자기관리, 자기관리를 응원해 줄 인간관계 그리고 ‘생각보다는 행동’의 중요성을 얻게 됩니다. 부끄럽게도 저는 이 지혜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사람입니다. 질 낮은 인내심은 발목을 잡곤 했습니다.
습관의 마법을 모르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얼굴에 커다란 흉터를 가진 비호감 외모의 소유자입니다만, 웃는 인상을 만들었습니다. 3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웃는 연습을 해서 얻은 결과입니다. 2023년은 잊고 있었던 습관의 마법을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작은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손글씨 연습과 글쓰기 그리고 운동이었습니다.
먼저 글씨 연습.
제 글씨는 제가 쓰고도 알아보지 못하는 지옥의 글씨체였습니다. 메모를 쓰고도 알아보지 못한 나머지, 적어도 남 보여주기 부끄럽지는 않아야겠다 싶어 글씨 연습을 하기로 했지요. 그냥 하기보다는 기준을 정했습니다. 되도록 매일 한다(하루 이틀 빼먹어도 꼭 계속한다.) 오랜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최대 1시간)로 말입니다.
생각보다 재미있었습니다. 괴발개발 글씨가 드라마틱 하게 좋아지진 않았습니다만, 사자성어 ‘신언서판’의 의미를 알 수 있게 되었고, 강사인 제 직업에도 도움이 될 소재를 발굴할 수 있었습니다. 덤으로 쓰는 재미를 느껴 만년필에 관심을 가졌지요. 좋은 글씨체는 아니지만, 이제는 알아볼 수 있는 글씨를 쓰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글쓰기.
텍스트 콘텐츠를 손에 댄 지는 오래되었습니다. 대학 시절에는 대학내일 학생리포터였고, 리뷰 콘텐츠로 많은 분들과 소통을 하기도 했습니다. 남성잡지 지면에 몇 줄 올려보기도 했고 말이죠. 하지만 정식으로 배운 적도 없습니다. 그러니 결과는 들쭉날쭉했습니다. 인정받을 만한 실력이라면, 일정한 수준의 결과물을 일관되게 만들 수 있을 능력이라 생각하니 훈련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앞으로 제 인생을 책임져줄 수단 중 하나가 글쓰기라 생각하니 더 진지하게 써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연습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원칙은 글씨 연습과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셰익스피어 작품의 대사를 인용해 쓰기 시작했습니다. 쓰고 난 뒤에 읽어보면 무슨 소리 하는지 알 수 없기도 했고, 예상치 못한 반응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계속 썼습니다.
2023년 동안 129편 약 19만 자의 글을 썼습니다. 어떤 작가님이 ‘글쓰기는 재능이 아니라 습관의 결과물이다’라고 말했습니다만, 그 말의 의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한 문장 쓰기도 어려웠지만, 시간이 지나니 숲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더 잘 쓰기 위해 남의 글을 수없이 보고, 어떻게 표현하고 단어를 쓸지 숙고하는 시간이 함께했습니다. 사람들이 반응하는 주제나, 키워드 혹은 구성 따위의 지식도 얻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주제와 소재가 결정되면 2천 자 정도의 짧은 단편은 30분 정도면 초안을 쓸 수 있게도 되었지요.
저는 강의 현장에서 말하기를 잘 하고 싶다면, 생각을 풀어내는 글쓰기부터 잘해야 한다는 지론을 펼치곤 합니다. 이 생각도 더욱 강해졌습니다. 글로 내 생각으로 정리해 맥락을 이해하게 되면 말하기도 더 수월해졌으니 말입니다.
세 번째 운동.
자기관리 차원에서 운동을 하긴 했지만, 예전만큼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육아를 시작한 뒤로는 눈에 띄게 펑퍼짐해진 몸과 마주해야 했지요. 아기 키우는 아빠가 운동까지 챙길 수 없었고 그렇다고 자기관리 하겠다며 아내에게 맡겨놓고 운동을 나갈 수도 없었습니다. 육아 스트레스를 치맥으로 풀기는 덤이었죠. 덕분에 몸무게는 100kg에 육박하게 되었고 낮아진 자존감과 스트레스도 따라왔습니다.
고삐를 조이기 위해 운동을 다시 챙겼습니다. 긴 시간을 들일 수 없고 피트니스센터를 이용할 수도 없어서 홈트레이닝과 새벽 수영 그리고 계단 오르기 등으로 운동 계획을 채웠습니다. 눈에 띄게 체중이 줄지는 않았지만, 다시 예민해진 느낌과 체형 변화가 따라왔습니다. 역시 ‘안 되는 이유는 환경이 아니라 자신에게 있다’는 생각이 강해지더군요. 이제 해가 바뀌었으니 새로운 프로젝트를 세우려 합니다. 본래 하던 것들은 수준을 높여야 하고, 새로 할 것을 채워야겠습니다. 아무래도 양육에 관한 프로젝트와 제 본업에 대한 프로젝트가 될 것 같습니다.
어떤 이가 말했습니다. ‘성취로 가는 엘리베이터는 없다. 계단만이 있을 뿐’이라고 말입니다. 또 누가 그랬습니다. ‘환경 탓을 해봐야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닥치고 해라’고도 말입니다. 생각해 보면 불평과 불만이 가득했을 때는 아무것도 얻지 못했고, 생각보단 행동을 그것도 매일 하던 시기에는 얻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재미있는 건 회사에서의 업무(프로젝트도)도 보통 그렇게 진행하지요. 운 좋게도 성공과 성취를 이룬 지인들을 보면 대단한 환경이나 갖춰진 재력으로 시작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다들 꾸준히 전진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저도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습니다.
2024년에도 어떤 여행을 선택하건 매일 해내는 삶을 살았으면 합니다.
* 이 포스팅은 2024년 1월 3일에 작성된 2023년 결산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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