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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정리-육아빠는 이렇게 살아요.

2020년 부터 시작한 육아빠의 삶.

스트레스가 심했지만, 인정하고 받아들였습니다.  

아이도 돌보면서 제 일도 하려면 삶을 분 단위로 쪼개 살아야 한다는 점을 말이죠.

 

 

새벽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면 아이들이 막 등원을 할 때가 됩니다. 옷 입히고 세수 시킨 뒤 가방 챙기고 어린이집 차에 태우면 육아에서 해방됩니다. 집에 돌아오면 아수라장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이들 장난감과 책을 정리하고, 빨랫감은 세탁기에 넣고 건조기에서는 다 된 빨래를 꺼냅니다. 식세기를 정리하고, 싱크대를 치웁니다. 이 정도 하고 괜찮으면 그냥 두고, 아니면 로봇과 협동해 청소를 합니다. 마치고 나면 열시가 좀 넘습니다.

 

서제에 들어와 잠시 한숨을 돌립니다. 등받이를 뒤로 넘길까 고민하다가 그냥 고정합니다. 넘겼다가는 편안함과 손잡고 시간이 증발 할수도 있으니까요. 이어서 할 일을 챙깁니다. 거래처와 신규 고객 그리고 일상 업무 들입니다. 하나씩 해결하다 보면 점심시간이 됩니다. 밥을 차려 먹고 오전 내내 과열이 된 머리를 식힙니다보통 저는 낮잠을 택합니다. 새벽 네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정오 즈음 10분간 낮잠을 챙기는 게 좋더군요.

 

잠에서 깬 뒤에는 시간이 걸리되 중요한 일에 몰입합니다. 책을 읽거나 글쓰기 연습을 합니다. 업무와 관련된 다른 능력 개발에 시간을 쓰기도 합니다. 게임도 합니다. 새로운 콘텐츠를 챙겨 봅니다. 이것이 모두 제 일의 재료가 됩니다. 유재석씨는 아침마다 신문을 다 읽고, 다른 방송을 다 챙겨본다죠? 비슷한 겁니다.

 

 하나씩 하다 보면 금세 네시가 됩니다. 이 때부터 조금씩 신경이 쓰입니다. 아이들 하원 시간이 다가오니 말이죠. 건조된 빨래를 갭니다. 냉장고를 열고 아이들 저녁 메뉴를 정합니다. 해동시킬 것이 있으면 꺼내두고 쌀은 씻어 불려둡니다. 만약 근력 운동을 해야하는 날이면, 베란다로 나가 철봉에 오릅니다. 한 40분 정도 땀을 흘리고 나면, 아이들이 돌아올 때가 됩니다. 

 

시간 맞춰 아이들을 데리러 갑니다. 아이들과 놀이터에서 놀고, 집에 올라와 TV를 틀어주고 식사를 준비합니다. 저녁상을 차리고 아이들과 함께 먹습니다. 소화시킬 겸 다시 잠시 TV를 보여주고, 충분하다 싶으면 씻깁니다. 요즘 같은 때면 감기를 달고 되니 샤워 뒤에는 약을 먹이려고 씨름을 합니다. 1호는 협조를 잘해주지만, 2호가 문제입니다. 싸움질 끝에 먹이고 나면 머리를 말립니다. 여기까지 하고 나면 9시 10분 정도가 됩니다. 아내와 함께 번갈아가며 매일 책을 읽어주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이 각자 한 권씩 그리고 제가 한 권씩 골라 읽습니다. 얼추 시간이 9시 30분 즈음이 되면, 기저귀를 채우고 쉬를 한 번 시키고 잠자리로 향합니다. 양옆에 하나씩 팔베개를 해주고 창작 이야기를 해줍니다. 주로 무언가를 먹고 창자 여행을 한 뒤, 똥이 되는 스토리입니다. 똥 이야기에 아이들은 자지러집니다. 그리곤 이내 잠듭니다. 우선 제가 먼저 잠들고 아이들도 잠듭니다. 저희가 잠든 뒤에는 아내가 퇴근해 돌아옵니다.

 

몇 시간이 지나면 스르르 눈이 떠지기 시작합니다. 새벽 세시 정도입니다. 네시가 되면 몸을 일으킵니다. 일이 있는 날이면 개인정비를 하다 외출을 하고 아니라면 서두에 밝힌 대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한순간이라도 널부러지는 순간 꼬이기 시작합니다. 리듬이 깨집니다. 놓치는 것들이 생기거나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 해야 할 일과 아이들을 돌보기 그리고 남편 역할까지 해내려면 줄일 것이 분명합니다.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기 말입니다.

 

누가 그랬습니다. 오늘 쓰지 않은 시간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고, 육아빠와 한 명의 사회인으로 살아보니 이 이야기가 더 크게 머리를 울립니다. 썩은 동태 눈깔을 하고 멍하게 시간을 죽이면 그 시간은 그냥 공중분해됨을 다시 일깨웁니다.

 

오늘도 망설이지 말고 몸을 일으켰습니다. 집 밖으로 나온 시간은 새벽 6시, 오늘은 평소보다는 늦었습니다.

 

육아빠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