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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결혼식에는 주례도, 사회자도 없었다. 아니 신랑이 사회자였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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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결혼식에는 주례도, 사회자도 없었다. 아니 신랑이 사회자였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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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가? 축사? 어떻게 해야할까?

 

 

 

“이제 분위기를 바꿔 보겠습니다”

 

 

혼인서약, 예물교환, 성혼선언이 끝나면 결혼식 다 했다고 해도 된다. 남은 건 주인공을 위한 축하 순서와 가족과 하객을 위한 인사 순서. 축하하는 세션은 축가 및 축하 공연이 대표적인데, 축하연은 생각보다 더 다채로운 사례들이 있다. 내 친구는 신부인 본인과 신랑이 직접 탱고 공연을 했고, 내 고객 중 한 커플은 제자들과 함께 작은 뮤지컬 공연을 했다. 요새는 예식장 혹은 직접 섭외 가능한 뮤지컬 공연팀이 있어서 이런 축하연은 보기 쉽다. 그러니 축하시간을 너무 고민하지 마시고 가볍게 마음으로 상상하며 준비하길 권한다.

 

나는 지인의 축사 그리고 축가로 두 파트로 나눠 구성했다. 축사는 아내의 고등학교 친구들 그리고 나의 지인이 맡았다. 축사자는 시시콜콜한 기억까지 공유하고 있는 가까운 지인일 수록 좋다. 그래야 마음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축사는 가까운 지인이나 욕지거리를 해도 괜찮을 정도의 친구가 좋다.

 

축사에 특별한 형식은 없습니다. 간단한 편지로 준비하는 사람도 있고 시 낭독을 하기도 한다. 길이는 3분 이내가 좋다. 3분을 초과하면 분위기가 늘어진다.

 

내 결혼식의 축가는 아내 친구가 맡았다. 친구는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진심을 담아 축하의 마음을 전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기술적으로 노래를 잘 하기보다는 마음이 전해지는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사람도 좋다. 

 

 

 

부모님과 하객 인사.

결혼식에서 빠지지 않는 순서가 부모님과 하객 인사이다. 결혼식은 부모 관점에서 보면 ‘졸업식’과 같다. 자식에게는 새출발의 시간이지만, 기른 부모 입장에서는 가정에서 독립하는 날이니 그 의미의 무게감이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러니 부모 마음은 즐거우면서도 서운하기 마련이다. 이런 부모님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시간이 부모님 인사 순서다.

 

 

일반적인 부모님 인사는 신부측으로 시작해 신랑측으로 끝난다. 과거에는 신부가 원 가정을 떠나 시댁에 들어간다는 의미를 담았다. 부모님에게 안녕히, 시부모님에게 잘 부탁드린다는 의미랄까? 요새는 이런 의미까지 아는 사람은 드물지만, 관용적인 순서로 굳어졌다. 

 

하객에게 인사할 때는 신랑 신부 단 둘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보통이지만, 요새는 6인 인사라고 해서 양가 부모님이 모두 나와 진행하는 방식도 흔히 볼 수 있다. 내 결혼식이 그러했다. 혼주와 당사자 모두가 손님에게 인사드리는 형식이다. 

 

 

행진으로 결혼식 끝

여기까지 마지막 한 순서를 남겨두고 모든 순서가 끝났다. 행진까지 하게되면 정말 유부남 유부녀가 되는 것이다. 이 마지막을 쉽게 보내줄 수 없다는(?)의미로 사회자 재량의 '이벤트'가 진행되곤 하지만, 요즘에는 보기 어려운 일이 되었다. 나도 권하지는 않는다. 모든 하객이 만족할 수 없는게 이벤트이기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내 결혼식은 특별한 이벤트 없이 친구들이 예도를 해주는 것으로 구성했다. 음악은 스타워즈의 엔딩 테마로 골랐다. 

 

사전에 광선검을 준비해서 친구들에게 부탁해두었다.

 

 

이렇게 내 결혼식이 마무리 되었다. 기획단계에서 의도했던 목표를 무사히 달성했다. 하객 모두가 함께하면서, 스타워즈 테마를 넣었고, 너무 진보적이지 않았으면서 아내와 나 단 둘이서만 준비해 마무리했다. 

 

진취적인 테마의 결혼식을 준비하면 생기는 난관 중 하나가 부모님의 반대이다. 보수적인 내 아버지도 반대와 걱정을 번갈아 하셨지만, 결혼식이 끝난 뒤에는 누구보다도 만족해 하셨다. 부모님이 걱정하는 건 보통 가족예식(주례없는결혼식)을 경험한 적이 없어서 그런 경우가 보통이다. 본인들도 그렇게 결혼하지 않았고 남의 결혼식을 본적도 별로 없으니 거부감부터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하고 나면 만족도는 배가 된다. 특히 하객의 칭찬이 많아지는 결혼식이 가족예식(주례없는결혼식)이다 보니, 혼주인 부모님은 즐거울 수밖에 없다.

 

가족예식(주례없는결혼식)을 꿈꾸는 예비부부라면 부정적인 견해인 부모님에게 최근 트렌드이며 특히 서울권에서는 흔하다고 말씀드려보시길. 잘 기획하고 사회자만 잘해준다면 성공적인 결혼식이 될 수 있다고 설득해 보길 권한다. 오늘 포스팅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고. 다음 포스팅에는 번외편으로 결혼식 장소와 음악과 사진 그리고 영상에 대해 다루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