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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결혼식에는 주례도, 사회자도 없었다. 아니 신랑이 사회자였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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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결혼식에는 주례도, 사회자도 없었다. 아니 신랑이 사회자였다. 2

이전 이야기... 내 결혼식에는 주례도, 사회자도 없었다. 아니 신랑이 사회자였다. 1주례없는 결혼식을 신랑이 직접 사회까지 봤다. “안녕하세요. 오늘 신랑 유현채 입니다. 신랑이 왜 저기에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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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식순 기획하기 '혼인 서약 -> 예물 교환 -> 성혼 선언'

굳이 결혼식을 '왜' 하지라며 의문을 품어본 적 있나? 그냥 둘이서 알콩 달콩 살면 될 일이지 결혼식을 왜 할까?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일까?

 

두 기업이 공식적으로 협력을 하기로 하거나, 계약을 맺을 때 언론사 취재진을 불러다 놓고 공공연히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공식적인 매체 앞에서 '약속'을 진행하기에 좋든 싫던 파기할 수 없는 상태를 만든다. 아는사람 모르는 사람 다 불러다 놓고 '우리 이렇게 하기로 했어요!' 라고 하고선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욕먹을 것이 뻔하니까. 

 

결혼식도 그렇다. 서로 다른 가정에서 자란 두 사람이 '우린 앞으로 부부로 살 것이고, 부부로 살면서 이런 일을 지켜나갈 꺼임!' 이라고 '선언'을 하는 자리다. 이 선언을 조용히 둘이서만 하는 게 아니라, 가족 친지 얼굴 아는 사람 또는 모르는 사람까지 다 불러다 놓고 하는 것이다. 

 

물론 결혼식이 합법적인 구속력을 가지려면, 주민센터에 가서 혼인신고 까지 해야하지만, 결혼식 만을도 그에 준하는 힘을 발휘한다. 동내방내 '우리 이제 부부랍니다' 라고 외쳐댔으니 말이다. 그래서 결혼식의 핵심 순서는 '혼인 서약, 예물 교환, 성혼 선언'이다. 이 세가지를 진행하려고 결혼식을 진행하는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자유 분방하게 결혼식을 진행한다고 해도 이 세가지 순서 만큼은 빼지 않아야 한다. 혼인 서약에 대해서는 지난 포스팅에서 다루었으니 이번에는 예물 교환과 성혼 선언에 대해서 다룬다.

 

주례없는 결혼식에서 예물 교환을 빼면 섭하다

 

주례예식(일반식)에서는 예물교환은 제외하는 경우가 보통입니다. 하지만 저는 일반식이든 가족예식(주례없는결혼식)이든 혼인서약에서 예물교환 성혼선언으로 이어지는 식순을 꼭 권해드리고 있습니다. 기업간 MOU 체결할 때도 서약서 꺼내서 읽고 서명하고 교환하고 사진 찍는 순서를 가지듯이, 결혼도 약속했으면 증거를 교환하고 선포를 하는 것이 ‘정석’인 것 같으니 말이죠. 제 결혼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만, ‘가족과 내빈이 함께 하는 순서’를 꼭 넣고자 했던 기획의도를 살려야 했습니다.

 

 

 

결혼을 약속했으면 그 증거도 남겨야지지! ‘예물교환’

어린애들이 서로 약속을 할때는 악수하고 손가락 도장까지 찍는다. 어른이 약속할 때는 문서를 쓰고 서명을 하여 증거를 남긴다. 결혼식도 마찬가지다. 혼인서약의 증거를 남긴다는 의미에서 '예물교환'순서를 진행한다. 맹새의 증거인 반지를 서로의 손가락에 끼워 다니면서 약속을 지키겠다는 다짐의 퍼포먼스다. 예물이라고 해서 거창한 다이아 반지를 해야하는 건 아니다. 조촐한 가락지나, 시계, 팔찌와 같은 액세서리로도 충분하다. 삐까 번쩍한 걸 주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우리가 이렇게 약속 했다'는 증거일 뿐이니 흔히 말하는 몇돈되는 반지가 아니어도 된다. 

 

우리 부부는 이미 커플링이 있었고 예물은 따로 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조그만 결혼반지는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장모님 의견으로 커플링과 같은 디자인의 금 가락지를 하기로 했고 커플링을 끼고 있는 상태에서 가락지를 끼우는 방식으로 진행 하기로 했다. 문제는 결혼식 중에 '이 반지를 누가 전달해주느냐'였다.

 

 

예물 교환 식순에서 예물을 전달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로 나뉜다.

예식장 직원에게 미리 반지를 맡기고, 사회자 멘트에 따라 예식장 직원이 전해주는 방법과, 반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지인 또는 가족, 조카 등에게 맡기는 '링 베어러'가 있다. 가능하면 후자가 좋다. 후자의 역할을 맡아줄 사라을 조카나 절친, 또는 신랑 신부를 소개해준 사람으로 구성하면 금상 첨화다. 내 결혼식도 링 베어러를 정하기로 했다. 그 주인공은 처남들(?) 이었다. 

 

처남들(?)이라고 표현한 건 처남이 둘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처남들은 서로 나이가 같고 생긴것도 목소리도 같은 쌍둥이 처남이다. 처남들이 링 베어러를 맡아주기로 했고, 부끄러움을 타는 성격이 아니다보니 결혼식을 밝고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겠다 싶었다.

 

 

“그럼 저희 혼인서약의 증표로 반지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저희 결혼반지는 아내의 동생들이자 제게 새로운 가족인 처남들이 가지고 입장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뒤를 봐주세요”

 

쌍둥이 처남들이 머리에 화관을 쓰고 입장하고 있다.

 

 

 

그런데 아내가 그냥 입장만 하면 재미 없을 것 같다며 동대문 부자재 상가에서 재료를 사다 화관을 만들었다. 처남들은 그 화관을 쓰고 입장했다. 예물 교환 순서는 실질적 의미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사진을 남기는 순서로도 중요하다. 신랑과 신부가 서로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는 행동은 사진찍기 좋은 순간이다. 이런 장점이 있다보니 고객에게도 꼭 권하는 순서이다. 

 

 

 

결혼식의 하이라이트 '성혼 선언'

혼인의 약속을 나누었고 그 증거도 남기고 나면 정식으로 부부가 되었음을 선언하는 순서가 진행된다. 이것이 '성혼 선언'이다. 만인 앞에서 부부가 탄생했음을 알리는 순간이 된다. 주례가 있는 결혼식에서는 주례자가 성혼선언을 하지만, 주례가 없는 경우에는 보통 양가를 대표하는 사람이 나와 진행한다. 양가 아버님 중에 한 분이 하기도 하고 어머님 중에 하기도 한다. 또는 특별한 사람 예건데 증조할머니가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맡아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사회자가 하기도 한다.

 

앞선 포스팅에서도 밝혔지만, 내 결혼식은 아내와 내가 모르는 사람은 일절 없었다. 모두 가까운 지인 친구 가족들이었다. 이 사람들이 뭐라도 한 맡아줬으면 하는 욕심이 있었다. 그래서 나와 아내는 하객 모두가 성혼 선언을 해주는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 방법이 가족과 하객이 모두 참여하는 '모두의 결혼식'을 이루는 방법으로 봤다.

 

 

“자 이제 저희의 결혼이 이루어졌음을 알리는 성혼선언이 있겠습니다.

내빈 여러분 오늘 저희 결혼은 모두 가족과 친지, 가까운 지인만 모셨습니다.

여러분께서 저희 결혼의 증인이시니 성혼선언까지 해주셨으면 합니다.

성혼선언문은 미리 자리에 나누어 드렸습니다. 그리고 앞에 스크린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께서 저희 결혼을 선포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원에 표시한 파란색 종이가 성혼 선언문이다

 

 

모두의 성혼선언은 결혼식 전날 색지에 인쇄해 재단한 성혼선언문과 눈이 어두운 하객을 위해 스크린에 띄울 성혼선언문 두 가지로 준비했다. 사회자 입장에서 걱정이 컸다. 보통 합창을 진행하려면 선창할 사람이 필요한데, 결혼 당사자인 내가, 성혼선언을 선창하는 건 주객이 전도된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 선창 없이 제대로 성혼선언 이루어질까 걱정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합창 진행이 잘 되었고 아내와 나는 울컥한 나머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부모님 덕담은 어떻게 준비해야할까?

가족예식(주례없는결혼식)은 주례자가 없으니 ‘어른의 지도편달’이 담긴 말씀도 없어야 할까? 그렇다, 없을 수 있다.  '없을 수 있다'이지 '없어야 한다'는 아니다. 당사자가 원하는 대로 정하면 된다. 일반적으로는 '덕담'이란 순서로 진행한다. 양가 어른 중 한 두분을 모셔 말씀을 듣는 시간이다. 

 

'축사'로도 혼용에 쓰는데, 덕담은 손윗사람이 손아랫사람에게, 축사는 동등한 위치의 사람이 하는 것으로 구분 짓는다. 그래서 덕담은 보통 양가 부모님 또는 집안 어르신이 맡는 경우가 보통이다. 내가 진행한 케이스에는 양가 어머님이 해주신 경우가 있었고, 양가 아버님 모두 혹은 두 분중에 한 분 또는 집안 어른이 맡는 경우가 있었다. 내 결혼식은 아버지와 장인어른이 맡아 주셨다.

 

부모님이 덕담을 준비할 때 주의할 것이 있다면 내용의 비율이다. 덕담을 해주는 부모님은 하객에게 전하는 인사말을 곁들이는 경우가 보통인데, 이 분량이 과도하게 많아 자식에게 전할 말이 줄어드는 경우가 흔하다. 덕담의 적절한 비율을 정하자면 덕담 90%, 하객에 대한 인사가 10%가 좋다. 여담으로 신부 아버지가 덕담을 하는 경우 90%의 확률로 눈물을 보이시곤 하는데, 내 장인어른은 10%에 해당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마무리 세션인 축하연과 폐식까지 소개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