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때 즈음의 일이다.
지금도 아들이라면 눈이 밝아지는 어머니는, 어딜 가더라도 나를 데리고 다니셨다.시장은 어머니과 자주가던 곳이었다. 해가 산을 타고 넘어가던 즈음이 되면 어머니와 시장을 함께 가곤 했다. 어린 내 눈에는 시장은 볼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은 별천지와 같았다. 특히 사람구경이 재미났다. 한 번은 어머니가 상추를 사며 흥정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500원이 대수인가 싶지만, 당시에는 할 수 있는게 제법 많은 돈이라서 그랬는지 어머니는 물건값을 깎았다. 깎았다고만 표현하면 요즘 말하는 진상같아 보이겠지만, 어머니는 깎는 만큼 주신 것도 있었다.
“사장님 얼굴이 고우시네” “할머니는 할머니 안 같은데” 따위의 칭찬이 에누리 만큼의 답례였다. 별것 아닐지 모르는 가벼운 말이 상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값을 깎아주기도 했고, 깎아줄 수는 없다면서 더 주기도 했다. 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대의 기분과 태도가 바뀌는게 나는 신기했다.
어느날 어마니가 콩나물을 사오라며 500원 짜리를 줬다. 동내 시장 입구에서 몇걸음 더 들어가면 있던 슈퍼마켓에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가 앉아있었다. 나는 그 자리를 기웃대다가 콩나물을 달라고 했다. 할머니가 알았다며 콩나물을 담는데 손이보이더라. 엄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씨익 웃으면서 할머니에게 말을 건넸다
“아이고 할머니 그런데 손이 참 예뻐요. 우리 할머니보다 예쁘시네”
할머니는 뭐 이런 꼬마를 봤냐는 듯이 “아이고 뭔 꼬마놈이 이렇게 넉살이 좋누” 라고 했다.
그리고 내게 건네준 검정색 콩나물 봉투는 제법 묵직했다.
“할미가 좀 더 넣었다 맛있게 묵으라”고 말과 함께...
그렇게 나는 엄마 심부름도 하고 아이스크림도 먹을 수 있었다. 이 일이 있은 뒤 나는 실험을 해보았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말을 할지 상상해보고 말을 하기 시작한 셈이다. 때로는 예상했던 반응이 나오기도 하고 아닐때도 있었지만,
이 실멈으로 언변에 자신감이 조금씩 쌓여갔다. 그리고 원하는 걸 얻으려는 의도를 담아 장기 두듯이 말하는 법도 알아갔다.
이런 상황이 참 재미있었다. 그 재미가 다시 행동을 부르고, 그 행동이 다시 재미를 낳았다. 이걸 반복하다 보니 사람들 앞에서 말 할때면, 당당해질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자신감을 갖는다는 건 단순한 문제라고 본다. 자신이 재미있어할 행동을 해보고 반복하다 보면 자신감이 생겼다. 해보지 않으면 쌓을 수 없었다.
제법 나이가 차고 세상을 보는 눈이 생긴 뒤로는 세상 일이 다 그렇게 보였다. 자신감이 없는 건 '몰라서'가 아니라 '안 해봐서'라는 걸. 그러니까 해보면 된다는 걸.
오늘의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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