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육아빠 입장에서 아이들 관찰하기는 사람을 이해하는 장이 되곤 합니다. 스피치 강사인 제 직업을 고려하면 더할 나위 없는 연구소재지요. 제 딸아이들은 서로 성향이 다릅니다. 1호는 외향성이 강하고, 2호는 내향인입니다. 그래서 말하기도 다른 양상을 띕니다. 1호는 일단 해보면서 늘고, 2호는 최대한 안전지대에서 하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1호는 또래 중에서도 말이 화려하고 2호는 그보다는 살짝 아쉽습니다. 다만, 2호는 다른 분야에 두각을 나타냅니다. 1호보다 집중력이 좋다 보니 그림을 잘 그리지요.
사람의 말이 자라는 과정은 두서없는 말하기에서 시작해서 정돈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 과정에서 빠지지 말아야 할 것이 경험입니다. 생각하는 바를 막힘없이 토해내려면 몸도 그만큼 따라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몸을 막힘없이 사용할 수 있을 때, 말을 정돈하기도 수월해집니다. 달변가는 크게 두 가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말을 막힘없이 할 수 있는 능력, 그 말을 목적에 맞게 정돈되어 있는 능력입니다. 표현하자면 ‘말을 잘 하기’와 ‘잘 말하기’ 둘 다 가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를 가지려면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첫째는 말을 많이 하기입니다. 말하기는 몸을 움직이는 행동입니다. 축구를 책으로 공부해 머리로 이해해도 실제 공을 차 보지 않으면 마음먹은 대로 안 됩니다. 생각한대 달리기도 공을 차기도 어렵습니다. 머리로 이해한 만큼 몸이 따라오질 못하지요. 배운 이론을 몸에 적용해 보는 과정이 있어야 배운 기술을 익힐 수 있습니다.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피치 책이나 강의를 외울 정도로 봐도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해보는 경험을 쌓지 않으면 실전에서 입을 떼기 어렵습니다. (이 경험을 최대한 많이 쌓고 스스로 피드백할 수 있는 시기가 성장기입니다. 스펀지처럼 빨아들일 수 있는 때죠. 안타까운 사실은 우리나라 교육 환경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고 대부분의 사람이 최적의 훈련 시기를 지나쳐 성인이 됩니다.)
둘째는 많이 생각하고 답을 내보기입니다. 다른 표현으로 ‘생각하기’가 되겠습니다. 말의 목적을 크게 나누면 설득과 설명 소통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각각의 목적에 맞는 말을 하기 위해 자료를 모으고 구성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가만히 앉아 생각하는 것도 좋지만, 글을 써보기도 도움이 됩니다. 물안개처럼 피어나는 생각을 활자로 옮겨 적으면 눈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는 많이 보고 따라 하기입니다. 익히 알려진 대로 동물의 뇌에는 거울뉴런이 있습니다. 이 뉴런은 다른 개체의 행동을 보기만 해도 따라 할 수 있게 도움을 줍니다. 엄마 사자가 사냥하는 시범을 보여주는 것도 스승이 제자에게 시범을 보이는 것도 이 뉴런의 힘을 빌리기 위해서입니다.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두말할 것도 없습니다. 스티브 잡스처럼 프레젠테이션 하고 싶다면, 그의 키노트를 외울 정도로 보고 따라 하기가 도움이 됩니다. 요약하면, ‘많이 보고 생각하고 해봐라’가 됩니다.
"누가 그걸 몰라요? 하나마나한 소리 하고 앉아있네..."
재미있는 건 말하기 뿐만이 아니라 글쓰기, 프로그래밍, 사업, 심지어 연애에서도 ‘많이 보고 생각해고 해봐라’는 조언이나 가르침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왜일까요?
배운 지식은 남의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남과 나는 다릅니다. 몸을 쓰는 느낌도 다르고 생각하는 방법도 다릅니다. 성향도 다르죠. 결국 남의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내 방식대로 소화해 봐야 합니다. 그래야 내 것처럼 보여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배움의 길은 ‘많이 보고 생각해 보고 해봐라’고 귀결되곤 합니다.
또 다른 이는 “그건 다 알아요. 더 쉬운 길은 없나 싶은 거죠”라고도 합니다. “저는 그렇게 쉽게 얻은 것이 정말 당신 것이 되나요?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본인 삶에서 산통을 거치지 않은 지식이 지금까지 잘 남아 있는지”라고 되묻곤 합니다. 빽빽이를 숱하게 해 외운 영어 단어와, 길을 물어보는 외국인을 도우려고 식은땀 흘리며 뱉어본 영어 문장 중 어느 것이 기억에 잘 남을까요? 인간은 맥락으로 기억할 때 가장 오래 기억합니다.
아이들 이야기로 시작했는데요. 제 딸들은 각각 서로 다른 성향을 보이고 있는데 둘의 성향이 섞여 시너지도 내고 있습니다. 바로 2호는 1호 영향을 받아 언변이 늘고 1호는 2호 영향을 받아 그림이 늘고 있지요. 저는 부족한 사람인 탓에 좋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기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꼼꼼하지 못한 성격이 싫어 꼼꼼한 사람과 교류했고, 세심하지 못한 마음으로 고생을 많이 해, 세심한 사람과 어울리기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제게 없는걸 채울 수 있을지 그들을 관찰했지요. 제 딸들은 바로 가까이에서 서로 하고 있는 셈입니다.
나이 마흔이 넘어서 제 주변에 성취와 성공을 이룬 사람들, 그리고 수많은 자기 계발서들 성공 담담들의 공통점이었습니다. 해보기를 주저하지 않고 계속 경험을 쌓으며 자신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사람들과 사귀기 역시 망설이지 않고 행동했지요.
성장에 있어 분명한 진실은 '지름길은 없다' 입니다. 주의할 점은 '지름길이 있다며 사기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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