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가 좋지 않다‘는 말을 들으며 자랐습니다.
목을 쭉 빼고 어깨는 앞으로 말린 상태로 팔자걸음으로 어기적대는 모습이 보기 좋아 보일 리 없었을 겁니다. 가슴도 펴지 않으니 웅크린 것만 같았겠지요. 체구가 작았다면 티라도 덜 났을 텐데, 덩치가 커서, 유독 두드러진 모양이었습니다. 부모님도 학교 선생님도 같은 말을 했으니까요. ”자세 좀 똑바로 하고 다녀“라고 말입니다.
제 자세가 왜 그 모양이었는지는 나이가 들어서 알았습니다. 하루는 아침에 일어나기가 어려웠습니다. 허리가 너무 아팠다습니다. 어머니와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척추측만증’진단을 내렸다. 그것도 꽤 심한 상태라고요. 허리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턱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입을 완전히 벌리면 턱관절 한쪽이 빠지는 것처럼 어긋나곤 했습니다. 의사 선생님 말로는 턱관절부터 시작해서 목과 척추까지 전부다 좋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 뒤로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척추 측만증은 특별한 치료보다는 운동을 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기울어진 허리 뼈만큼 근육을 길러서 보조해야 한다고 말이죠. 그렇게 생전 처음 몸 관리를 시작했습니다. 운동신경이 나빠 친구들 축구할 때 공 한번 만져보지 못했던 저였지만, 몸 관리만큼은 재미있었습니다. 하는 만큼 되더군요. 안 하면 안 되고 말이죠. 참 정직하다 싶었죠.
그리고 몇 가지 습관을 더 들였습니다. 의식적으로 가슴과 어깨를 펴고 다니기, 배에 힘을 줘서 척추에 긴장감을 느끼며 꼿꼿한 자세 갖기 등이 그것입니다. 습관을 제법 잘 들인 탓일까요? 키가 커 보인다던가, 자세가 좋다던가, 당당해 보인다던가,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던가, 체구가 좋아 보인다던가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재미있더군요. 좋은 소리 듣기도 좋고 스스로 자신감도 생기고 말입니다. 자세에 맞춰 옷도 달리 입기 시작했습니다. 펑퍼짐한 옷을 입기보다는 긴장을 주는 옷, 다소 불편하지만 적당한 긴장으로 자신을 가다듬을 수 있게 만드는 옷들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런 복장에 대해서도 아는 것들이 생기고 즐기게도 되었습니다.
사회에 나와 나이를 먹으면서 경험한 일들을 돌아보면, 세상 사는 것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잘나 보이던 사람도 완벽하지 않았습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다들 일그러진 모습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들 중 누군가는 일그러진 자신을 가다듬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또 누군가는 흘러가는 대로 살기도 했죠. 그런 인간 군상을 들여다보며 ‘사람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보완을 거듭해 성장할 수밖에 없다. 가깝게는 스스로 멀게는 타인을 통해‘와 같은 생각을 얻었습니다. 제 허리 뼈의 결함을 근육으로 보조하는 것처럼, 태도의 문제를 평소의 습관으로 보완하는 것처럼 사람은 사람으로 채울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타인을 잘 대해야 하는 진짜 이유를 찾은 셈이랄까요?
"나를 위해 타인을 대한다"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이 앎을 회사 다니던 시절에 알았더라면, 좀 더 후회 없이 회사 생활을 했을 텐데, 더 즐겁게 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제가 저를 대하듯이 타인을 소중하게 대했더라면, 최소한 괴롭지 않은 회사 생활이 되었을 텐데 말입니다. 지나간 시간 어쩌겠습니까. 저를 통해 괴로웠던 사람들을 위해 지금이라도 달리 사는 수밖에요. 누군가에게 필요한 근육이나 뼈가 되는 삶 말입니다.
그래서 말이지요. 동료나 선후배 혹은 가족에게 그래도 당신 '덕분에 살만하다'라고 전해보는 건 어떨까요? 별것 아닌 이 말에 마음이 따뜻해질지 모르지요.
오늘의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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