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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정리-'아빠가 너무 슬퍼서 빵을 사 먹었어'라고 아이들에게 말하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아빠가 너무 슬퍼서 빵을 사 먹었어’라며 아이들에게 묻는다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요?

 

MBTI나 성격유형 등의 검사 결과를 신봉하는 편은 아닙니다. 그래도 재미로는 즐깁니다. 때로는 놀랄 정도인 결과가 나오기고 하거든요. 저희 딸 쌍둥이들의 기질은 저와 아내의 기질을 비빔밥처럼 섞어 만들었다고 해도 될 정도로 절묘합니다. 표면적으로는 1호 딸이 저를 닮았습니다. 외향적이거든요. 2호 딸은 아내를 닮았습니다. 내향적이기 때문이죠. 그래서인지 1호 딸은 무엇이든 빨리 배우지만, 쉽게 싫증을 냅니다. 2호 딸은 배우는 게 느리지만, 높은 집중력을 보이죠. 여기까지만 보면 단순히 1호가 저를 닮고 2호가 아내를 닮았구나 하며 결론을 내리게 되겠지만, 더 지켜보면 또 다릅니다.

‘아빠가 너무 슬퍼서 빵을 사 먹었다’는 말을 아이들에게 들려주면 아이의 성향에 따라 답변이 달라집니다. 상대방에게 감정에 먼저 반응을 하는 아이들은 ‘아빠 왜 슬펐어?’라고 되묻고 공감보단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는 아이들은 ‘그런데 무슨 빵 사 먹었어’라고 되묻습니다. 제가 이 질문을 할 때 1호는 '빵 이야기를 하겠지' 싶었고 2호는 제 '감정에 공감하겠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정 반대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1호는 몇 번이고 되물어볼 정도로 ‘아빠의 슬픔을 궁금’해 했고, 2호는 좋아하는 간식거리인 ‘빵’을 궁금해했습니다. 저를 닮았구나 싶었던 1호와 아내를 닮은 것만 같았던 2호는 오히려 반대의 면도 있었던 겁니다.

‘기질도 통째로 물려받는 게 아니라 마치 레고처럼 조각조각을 물려받기도 하는 거구나’ 싶었습니다. 1호는 외향적이지만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였고 2호는 내향적이지만, 자신에게 집중을 잘 하는 이기적인 성향이었던 겁니다. 둘 다 저 같으면서 아내 같았던 거지요. 이렇게 아이들의 모습에서 아내와 저와 조각들을 찾게 되니 몹시 흥미로웠습니다. 한 편으로는 숙제의 무게가 커지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딸아이들은 저와 아내가 자라며 겪은 어려움에 똑같이 다다를 겁니다. 1호는 자기 것을 펼치고 싶은 욕망이 강하면서 남의 감정에 공감을 잘 하니 그 중간에서 갈팡질팡할 테고. 2호는 자기 것이 먼저인 이기심과 새로운 행위를 꺼리는 보수성이 공존하니 자기 틀을 깨기 어려울 겁니다. 저희 부부에게는 딸들이 좌충우돌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인도해 줄 숙제가 계속 커질 테죠. 부모의 역할은 이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식이 나의 실수를 답습하지 않도록 조언을 해주는 역할 말입니다. 내 부모가 조부모의 실수를 100% 답습하지 않았듯이 말입니다. 모든 세대에게 숙제가 있는 법이죠. 숙제를 잘 하려면 공부를 해야 합니다. 자신에 대한 공부와 자식에 대한 공부 그리고 세상에 대한 공부와 타인에 대한 공부. 그러니 배움은 끝이 없습니다.

자녀가 있는 분들께서는 재미 삼아 질문을 해보십시오.

‘아빠가 오늘 너무 슬퍼서 빵을 사 먹었어’

 

오늘의 생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