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해서 음식을 해먹으며 배운 몇가지 사실
2005년 여름 즈음에 자취를 시작하고 2016년에 결혼을 했으니 혼자 밥을 차려 먹은 시간이 한 11년 정도 됩니다. 11년 동안 배달음식으로 식사를 해결한 횟수를 헤아리면 양손과 양발 정도를 채울 정도가 되는데요. 요즘 같은 배달의 시대를 역행하는 기록일 겁니니다. 특별한 이유는 아니고요, 본가에서 보내온 식재료들을 해치우려면 해먹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때가 되면 집 앞에 놓여지는 쌀 한 가마니가 쌀벌레가 파티를 벌이기 전에 없애려면 꼬박꼬박 밥을 해먹어야 했습니다.
살기 위해서 음식을 해먹으며 몇 가지 배운 사실이 있습니다. 한 번은 어머니가 끓인 콩나물 김칫국이 먹고 싶었습니다. 어머니가 끓였던 국의 생김새와 맛을 떠올려보며 비슷한 재료는 다 넣어 봤습니다. 콩나물을 다듬지 못해 껍질을 떼지도 않고 넣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민망할 정도로 맛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또 해봤습니다. 재료를 넣는 순서를 바꿔보거나, 조리하는 방법을 바꿔보기도 했습니다. 하다 보니 익숙해지고 제법 맛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는 일정한 맛을 제법 빨리 만들기도 되었습니다. 집을 찾아준 손님에게 대접해 보니 맛이 제법 좋다며 칭찬도 받았습니다. 칭찬을 받으니 신이 나서 더 해봤습니다. 해보다가 모양새도 신경 써봤습니다. 모양새를 신경 쓰려니 그릇도 세심하게 고르기도 해봤습니다.
인터넷에서 대부분의 요리법을 찾아볼 수 있는 세상에, 검색은커녕 해보기를 즐겼습니다. 냉장고를 열어 식재료를 들여다만 봐도, 대강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조리하면 어떤 맛이 나올지 예측할 수 있는 재주가 생기더군요. 실패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배우기도 했지요. 가끔은 얼토당토 않은 재료를 조합했는데도 괜찮은 맛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 조합은 저만의 방법이 되기도 했습니다.
음식을 해먹으며 제가 알게 된 사실은 첫째. 먹고 싶은 맛(목표)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 둘째. 먹고 싶은 맛을 얻어내려면 해봐야 한다는 것. 셋째. 해보는 과정에서 과감성이 다른 좋은 결과도 가져온 다는 것. 넷째. 실패를 두려워 하면 배우지 못한다는 것. 이 경험을 반복할수록, 식재료와 조리 방법에 대한 통찰력이 생긴다는 것이었습니다. 신기하게도 레시피 같은 걸 찾아보면 참고는 될지언정 그 지식이 제 것은 되지 못했습니다. 제 손끝을 움직여 직접 해봐야만 체득되었습니다. 백종원 씨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했었지요.
나이가 들고 일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세상 대부분은 그렇게 돌아간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방법을 배우거나, 꿀팁을 찾아보는 등의 행동은 정말 ‘앎’을 이루는데 단초가 될지 모르지만, 통찰력을 얻기란 해보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것이 사업이든, 자기 계발이든, 말하기든 간에 말입니다.
오늘의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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