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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정리-우울한 표정을 웃는 표정으로 바꾸기

 

"가장 명백한 지혜의 징표는 항상 유쾌하게 지내는 것이다"

(몽테뉴)

 

지난해 말이었습니다. 아이들 어린이집 방학이라 본가에 다녀왔습니다. 이틀째 밤이었습니다. 이층에서 주무시던 아버지는 거실로 나와 잔뜩 찌푸린 얼굴로 뭔가 불평하셨습니다. 알고 보니 방 한편에 켜둔 조그만 조명 때문이었습니다. '이걸 밤새 틀어놨어'라는 말과 함께 말입니다. (실은 몇 시간 되지 않았죠). 그런 아버지를 보며 '작은 LED 조명에 드는 전기세에 부담 가질 벌이가 아니신데 왜 저러실까?'로 시작된 생각은 '내 머릿속 아버지 표정은 웃기보다는 짜증 가득한 얼굴 뿐이다'로 이어졌습니다.

아버지에게 사소한 거 가지고 그래봐야 아버지만 힘들다, 그러니 담대하게 넘겨보시라고 하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예전에 비슷하게 말씀드리니 '웃으면 뭐가 바뀐다니?'로 돌아오곤 했거든요. 인생에 지쳐버린 탓일 테지요. 사소한 일에 푸념을 뱉고 짜증 내는 표정을 짙는 아버지의 모습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평생 행복한 적은 있으실까 싶었거든요.

저는 아버지가 긍정적인 말과 함께 밝게 웃는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과묵한 표정에 짜증과 걱정, 불안이 담긴 표정을 달고 사셨지요. 심지어 말투도 같았습니다. 툴툴거리거나, 별거 아닌 문장인데 듣고 나면 기분이 나빠지는 말투였습니다. 상대를 책망하는 건 아닌데 탓하는 듯한 말투도 있었습니다. 이쯤 되면 자식인 당신이 뭐 잘났다고 아버지 흉을 보느냐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저도 똑같이 굴었습니다. '나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라며 마음먹고 자랐음에도 말입니다. 그럴 수 밖에요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자 자식은 부모를 거울삼아 사람을 대하는 법을 익히니 말입니다.

저는 부정적인 표정과 말투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진행형인 까닭은 완전히 고치진 못했으니까요) 그래도 적잖이 다듬긴 했습니다. 그 중 하나는 표정이었습니다. 저는 입을 앙다물고 있으면 무서운 인상입니다. 못생긴 외모에 콤플렉스도 있습니다. 그래서 표정이라도 바꿔야겠다 마음먹었지요. 그때 눈에 들어온 사람은 돌아가신 황수관 박사였습니다. 그분 말대로 매일 웃으면서 표정을 바꿔보려고 했습니다. 이왕이면 기록하자 싶어 셀카를 찍었습니다. 어색한 웃는 표정을 바꿔보려고 있는 대로 입꼬리를 올리거나 찢어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삼 년을 했습니다.

 

 

이렇게 표정을 바꾸는 연습을 하니 밝은 표정을 얻었습니다. 표정 뿐 아니라 다른 것도 얻었습니다. 밝은 표정을 갖고 살아보니 사람들의 대우나 평가가 달라졌지요. 우울함이 가득한 사람인데도 달리 봐줬고 기회도 얻었습니다. 무엇보다 기분이 좋지 않아도 표정을 바꾸면 기분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안면 피드백 이론'이 있습니다. 1960년대에 미국의 심리학자 실반 톰킨스가 연구한 내용입니다. '사람의 감정 체험이 얼굴 표정에 영향을 받는다'가 핵심입니다. 감정에 따라 표정이 변하지만 표정에 따라서도 감정이 따라오기도 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인위적으로 행복한 표정으로 행복한 감정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거지요.

이제는 노년에 접어든 아버지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드리진 않았습니다. 사람의 태도란 중력과 같아서 한번 방향을 잡으면 그 길로 계속 가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반대 방향으로 가려면 중력을 벗어날 만큼 강한 힘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사람은 나이를 먹을 수록 얻을것 보다 잃을 것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에 보수적인 성향을 벗기 어렵지요. 그저 아버지가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일 뿐입니다.

그러니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좋은 태도를 쌓아가기가 자신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커피 한 잔을 주문하면서 웃었습니다. 역시 아침에 갓 내린 커피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네요 라며 말입니다.

오늘의 생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