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느끼지만, 육아는 '나와 마주하는 시간이며 나를 닦는 시간'과 같습니다.
아이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세상에 내놓았으니 책임을 져야 하니 말입니다. 그럼에도 저도 인간이라 감정과 이성의 교차점에서 잘못 판단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혹은 행동했는지 살피다 저에 대해 더 이해하기도 합니다.
저희 아이들은 오후 9시 30분이면 잠자리에 듭니다. 불금과 토요일은 좀 늦게까지 놀도록 두지만, 평일에는 어김없이 9시 30분이 취침시간입니다. 제가 새벽에 일어나야 하기도 하고 일정한 생활 리듬을 심어주고 싶기도 해서입니다.
아이들 재우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좀 더 어릴 때는 힘들었지만 말이죠. 지금은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면 금세 잠듭니다. 그리고 이제는 제가 할 필요 없습니다. 셋이 돌아가면서 이야기하거든요. 더듬거리며 이야기를 지어내는 걸 보면, 언어 훈련을 잘 하고 있구나 싶습니다.
평온한 잠자리가 되는 날은 아침 그러니까 새벽 4시쯤에 제가 슬그머니 빠져나올 때까지 별 특별한 일 없이 아이들이 잘 잡니다. 평온하지 않는 날은 좀 다릅니다. 보통 새벽 2시 정도 되면 1호 딸이 살짝 깹니다. 요즘에는 꿈을 꾸면서 깨는 모양입니다. 어제도 '먹기 싫어!'라며 깼으니까요. 1호는 깨면 많이 웁니다. 그럼 저는 토닥여주며 달랩니다. 분위기가 달래지지 않을 것 같으면 귀에 속삭여 줍니다.
"엄마한테 갈래?"
그럼 보통 자기 애착 인형을 데리고 아내 방으로 갑니다. 알아서 문 열고 닫고 조용히 아내 옆으로 가서 이불 덮고 코를 곱니다.
2호는 좀 다릅니다. 금세 잠드는 2호는 밤에 중간중간 깹니다. 깰 때마다 요구사항이 있습니다. 이불 네모나게 덮어줘, 물 줘 등등 그중 대표적인 건 제가 조용히 나가려고 할 때 요구하는 '아빠 가지 마'가 있습니다.
어제는 갑자기 짜증을 내면서 깨더군요 이내 물을 달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저희는 아이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물 한 모금 정도만 먹이고 더 이상 먹이지 않습니다. 기저귀 떼는 훈련을 하고 있기도 하고, 물을 흘리면 치운다고 법석을 떨어야 하기도 하고 잠을 자야 하는 저도 힘들고 말입니다. 2호에게 물을 먹이고 얼마 되지 않아 또 짜증을 내며 깹니다. 또 물을 달라고 합니다. 물을 먹입니다. 또 깹니다. 저는 인내심이 바닥나 짜증이 납니다.
"2호야 아까 먹었는데 이제 그만 마셔 그냥 자"라고 말과 함께 다그치려는 차에...생각이 떠오르더군요 '아 그렇지 이제 제법 어린이 티가 나도 이 녀석들은 이제 겨우 아기 티를 벗은 애다, 애가 이타적일 수는 없는 거야. 애는 애니까. 내가 안 줄 수는 있지만 짜증 낼 필요는 없겠다. 애는 원래 그러니까...'
'그렇지.. 우리 부모님은 항상 이런 상황에서 짜증이나 화를 냈어. 그래서 내 기억 속에 부모님은 화가 많았고 짜증이 많았던 분들로 기억이 나... 내 딸에게 나는 그런 아빠가 되지는 말아야겠다'
그렇게 짜증 섞인 억양이 올라오려던 걸 참고, 부드럽게 타이르되 원하는 걸 주고 다시 재울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어젯밤이 지나갔네요. 육아는 이렇게 매번 저를 제 과거를 그리고 부모님을 돌아볼 기회를 줍니다. 그 기회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저를 계발할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내 발전의 계기로 삼느냐, 감정에 휘말려 짜증과 화의 화신이 되느냐. 이건 우리의 선택이겠지요.
오늘의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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