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끝까지 짚어! 너무 빨라!"
지난 주말의 일이었다.
기타를 치기 시작한 내게 친구가 타박을 시작했다. 선율이 말끔히 끝나기도 전에 코드를 짚고 있는 손을 뗀다면서 너무 성급하다고 했다. 그렇게 연주하면 소리가 지저분하다고도 했다. 나는 '공연 하는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까지 하느냐, 오랜만에 처서 그렇다'라고 변호하며 웃어넘겨버렸다.
조금 지나니 무언가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기 시작했다. 끝까지 짚지 않으니 깔끔하지 못하다던 친구의 말과 '넌 왜 하다 마느냐, 끝마무리가 좋지 않다, 대충대충 한다, 얼렁뚱땅한다'라는 말들이 겹쳐 들리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아버지가 내게 했던 말, 친구들이 했던 말, 선생님이나 선배들이 했던 말들로 이어졌다. 이윽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군대에서 2년 넘게 얼굴을 맞대고 일했던 중대장이었다. 몇 해 전 우연히 마트에서 만난 그는, 가볍게 몇 마디를 나는 과정에서 내게 말했다 '너는 여전히 대충 하는구나?'라고... 부끄럽고 수치스러웠다.
나는 알고 있다. 최선을 다하지 않고 대충 해버리는 나를. 항상 20%가 부족한 결과를 낳는 자신을 말이다. 눈앞에 필요한 것만 만족하고 나면 마무리가 될법한 것들은 놓아버리는 내 천성을 알고 있다. 집안에는 오래된 얼룩과 몇 년째 같은 곳에 먼지가 앉아있고, 샤워 수전을 바꿔달라던 아내의 말을 반년이나 지나서야 해준 건 대충 해버리고 말아버리는 내 천성 때문이란걸. 이 성미의 결과로, 현재의 모습이 초라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얼마 전 촬영했던 강의 영상을 복기해 봤다. 화면 속에는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을 전하는 강사는 없었다. 친구가 했던 말처럼, 말을 끝까지 마무리 하지 않고 얼렁뚱땅 해치우는, 언변으로만 시간을 때우려는 사람이 있었다. 강사로 일하면서 제자리를 맴도는 이유는 분명했다. 나는 가족을 담보로 하는 우리의 인생에도 '얼렁뚱땅'으로 대했던 것이다.
인간의 운명은 천성과 관성으로 결정된다고 했다, 큰 울림이 있었다. 좋은 천성이건 나쁜 천성이건 그걸 대하는 행동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삶이 변할 것이다. 내 인생을 가로막는 내 천성을 '얼렁뚱땅'을 없애기 힘들다며 포기해버리면 그 관성에 쓸려갈 것이다. 쓸려갈 것인지, 거스를 것인지는 내가 결정해야 한다.
신이여 이 높은 산을 없애지 말고, 기어 올라갈 힘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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