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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정리-그래서? 오빠가 네비보다 더 잘 알아?

오래전 일요일의 일입니다.

가족 외출을 했습니다. 아내가 차를 가지고 운동을 다녀왔던 터라 그녀가 운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목적지는 기흥 이케아였습니다. 10분 정도 달리는 와중에 뭔가 이상했습니다. 아내가 신갈 IC가 아닌 동수원 IC 쪽으로 향했기 때문입니다. 순간 다그치듯이 아내에게 한 마디를 했습니다. 왜 매번 가던 신갈 쪽이 아닌 동수원으로 가냐고 말이죠. 아내는 내비게이션이 안내해 주는 대로 갈 뿐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왜 또 짜증을 내느냐며’ 노기 어린 말을 던졌지요. 제 말투에 짜증이 섞인 건 맞았기에, ‘아니 이쪽으로 가면 돌아가잖아, 여기로 경부선 올리면 차도 막히는데…’로 응수했습니다. 아내는 ‘제발 내가 운전대 잡으면 그냥 둬, 그리고 당신이 네비보다 길을 더 잘 알아?’라고 답하더군요.

사실은 그렇습니다. 제가 내비게이션보다 길을 잘 알지는 못합니다. 말로는 돌아간다고 표현했지만, 신갈 방면과 동수원 방면 어느 쪽이 더 먼 거리인지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게다가 차가 얼마나 밀릴지에 대해서도 경험상 예측한 것뿐이지, 내비게이션이 계산하는 구체적 정보를 가지고 있지는 못했습니다. 논리를 따진다며 으스대곤 했지만, 논리는커녕 비논리의 화신처럼 아내와 대화를 한 셈입니다. 심지어 마음속 깊이 도사리던 스트레스가 올라와 짜증을 부리기도 했습니다.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당신 말이 맞다고도 했습니다.

 

그리고 부끄러웠습니다.

현명한 대화를 하는 방법 중 하나는, 상대의 목적도 같다는 관점을 가지는 데 있습니다. 아내와 저의 관점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목적지로 가는 방법이 달랐을 뿐입니다. 아내는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는데 더 편안함을 느끼는 성향입니다. 저는 제 경험과 뜻에 집중해 임기응변을 하는 걸 좋아합니다. 둘의 방법이 다르지만 방향은 같았습니다. 어느 한 쪽이 틀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종종 ‘본인 이외에 다 틀렸다’는 태도를 견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정치적 주제에 대해서 이 같은 태도가 도드라집니다. 진보든 보수든 나와 방향이 다른 상대는 ‘악’이라 규정하는 태도랄까요? 많은 대화 전문가들이 강조합니다. 상대가 ‘악’이고 상대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마음을 지닐 수록 대화가 아닌 ‘가르치기’가 돼버리고 가르치려는 순간 상대는 방어적이 된다. 상대가 방어적이 되면 대화 또는 설득과는 거리가 멀어진다고 말입니다. 상대도 똑같이 좋은 방향을 찾길 원하되 나와 방법이 다르다는 점에 집중해 대화하기를 권합니다.

부부 혹은 연인 혹은 친구 간 대화도 이 시각에서 한다면, 다툼이 줄어들 겁니다. 적어도 내가 옳고 네가 틀렸으니 내 말을 들어야 한다는 마음이 전해지지 않을 테니 감정이 상하지도 않을 겁니다. 따지고 보면 아내에게 짜증을 낸 것은 전적으로 제 고집에 집중한 이기적인 제 탓이었으니까요.

오늘의 생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