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정리-우린 저마다의 돌덩이를 밀고 있다.
매주 일요일은 묵은 속을 정리하는 기분이 든다.
일주일 동안 쌓인 분리수거 쓰레기를 버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아파트마다 분리수거 정책이 다를 텐데,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매주 한 번씩이다. 분리수거일이 되면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있다. 다름인 나다.
다른 집들은 한 손에, 혹은 양손에 아니면, 작은 카트로 쓰레기를 내다 버린다. 나는 아이들용 왜건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쓰레기를 쌓아 버린다. 분리수거를 돕는 경비원분이 그러더라. 단지에서 나 같은 집이 세집 정도 된다고 말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집들 모두 쌍둥이를 키우는 집이었다.
지난 주말에는 쓰레기를 쌓은 왜건이 유독 무거웠다. 75리터 쓰레기봉투에 꽉꽉 눌러 담은 폐기물도 있었다. 마음에 부처님을 모시려고 애쓰지만, 이렇게 많은 쓰레기를 혼자 내다 버릴 때면, 입에서 육두문자가 튀어나올 것 같다. 아이들이 딸아이들이다 보니, 못해도 10년간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겹쳐지면서...
주둥이에서 시부엉 소리가 나오려는 찰나에 다른 주민이 손을 보태줬다.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쓰레기를 쌓고 가니 위태로워 보였나 보다. 보태진 손 덕에 내 기분은 풀어지고 손쉽게 쓰레기를 정리할 수 있었다. 그에게 최대한 공손히 고마움을 전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사람은 저마다 돌덩이를 굴리며 살아간다.
어떤 사람은 작은 돌, 어떤 사람은 자기 몸 보다 큰 돌. 또 어떤 사람은 평지에서, 어떤 이는 언덕 아래서, 또 누군가는 돌이 알아서 굴러가는 언덕 위에서 시작할 것이다. 또 어떤 이는 처음부터 부모가 함께 밀어주기도 할 것이고, 누군가는 죽을 때까지 혼자 밀며 살기도 할 겁니다.
세상은 애초에 불공평하니 말이지.
또 누군가는 큰 바위를 아주 힘들여 밀다가 포기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그 돌이 알아서 굴러갈 때까지 젖 먹던 힘을 내기도 할 것이고 어떤 이는 묘수와 꼼수를 동원해 밀 것이며, 또 다른 사람은 타인을 고용해 굴릴 거다. 또 어떤 사람은 적당히 밀만한 돌을 굴리며 살 거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생각해 보니 꿈쩍도 안 하는 돌을 혼자 밀려고 용쓰다 제풀에 지치기도 하고, 다시 일어나서 밀어보려는 사람인 것 같더라. 돌이 알아서 굴러갈 때까지 말이다.
생각해 보면 '일'도 그런 것 같다.
사업은 나 대신 돌을 굴릴 사람들을 모아 당근을 주며 독려하는 것이고 장사나 직장은 평생 내 힘으로만 돌을 미는 일이고 말이다. 내 몸보다 더 높게 쌓인 쓰레기는 도움을 받아 손쉽게 버릴 수 있었다. 내 눈앞에 쌓인 일은 어떻게 밀면 좋을까? 계속 밀어야 하나, 주저앉아야 하나 돌을 바꿔야 하나. 죽을 똥 말똥 밀어야 하나.
여러분은 어떤가?
어떤 돌을 어떻게 밀고 있나?
오늘의 생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