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생각 정리-나쁜 습관을 버리는 방법이 있을까?

유현채의 스피치 랩 2024. 11. 11. 09:42

다른 사람에게 꼭 권할 습관이 있다면 바로 운동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다람쥐처럼 재빠르게 공을 찰 정도로 기량이 뛰어난 사람은 아닙니다. 제가 하는 운동은 주로 ‘혼자 하는’운동이니 말입니다. 혼자 하는 운동 중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좋아합니다. 웨이트 트레이닝 기구 중에 ‘렛 풀 다운’이라는 물건이 있습니다. 어깨너비보다 넓은 봉이 매달려 있는 기구인데요. 턱걸이를 반대로 하는 기구입니다. 턱걸이를 '풀 업'이라고 하는데요. 풀 업을 하기에 힘이 부족하거나, 다양한 각도로 등 근육을 자극하는데 유용합니다.

 

 

운동을 처음 하는 사람은 이 '렛 풀 다운'을 어렵게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코치들은 ‘등을 활처럼 펴고 봉을 쇄골 근처까지 당기되 팔 힘으로 당기지 말고 등 근육에 긴장을 줘, 쥐어짜듯이 당겨라’며 지도하곤 합니다. 그런데 등 근육에 힘을 줘본 적이 없는 사람이 하기엔 쉽지가 않죠. 그러다 보니 ‘등보다 팔만 아파요, 제대로 하는 거 맞나요?’같은 하소연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래도 등 근육에 집중하며 해보면 근육이 성장하며 인식하지 못했던 부위들을 쓸 수 있게 되고 점점 익숙해집니다. 나중에는 등 상부, 하부 혹은 측면 등으로 구분 지어서 할 수 있게도 됩니다. 같은 동작을 반복하면서 근육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거죠. 어느 정도 숙달이 되면, 생각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동작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여기에 흥미로운 사실이 있습니다.

우리의 뇌는 주위를 둘러싼 정보와 사물과 경험 사이의 관계적 정보까지 저장하는데, 이것을 인지 공간이라고 합니다.

사람이 자신의 경험을 정리하는 내면의 지도인 셈이죠. 사람을 포함한 동물은 이 인지적 지도를 그려가며 학습한다고 합니다. 예컨대 수영의 기초인 호흡은 물속에서는 ‘음(들숨)’ 밖으로 나올 때는 ‘파(날숨+입으로 소리 내며 물을 튀겨 태기)’를 구분 지어 배웁니다. 처음에는 머릿속으로 행동하는 순서와 물과의 관계를 생각하며 연습하지만, 숙달되면 생각하지 않아도 몸이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운전도 마찬가지고 글쓰기도 그렇고 말하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두뇌 속에 일련의 행동 지도를 그려가며, 숙달되면 생각하지 않아도 지도를 따라가듯 행동하게 되지요. 나쁜 버릇이나, 개선해야 할 행동도 인지적 지도를 이용해 바꿀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말을 할 때 제스처가 습관적으로 현란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합시다. 제스처는 전달력을 돕는 꼭 필요한 비언어 요소지만, 과하거나 말의 내용과 맞지 않으면 청자를 불안하게 만들거나 전달력을 떨어트립니다. 이 모습을 개선하려면 우선 자신의 모습을 봐야 합니다. 보통 방송인이 많이 하는 모니터링이 그것입니다. 자신이 말할 때의 모습을 촬영해 두고 어느 부분을 개선해야 할지 봐 두는 겁니다. 이왕이면 그 행동을 할 때 말과 상황의 맥락도 참고하면 좋습니다. 자신을 인지했다면 그 뒤에는 의도적으로 행동을 제어합니다. 무의미하게 제스처를 사용해 왔다면 이제는 의미가 필요할 때만 사용해 보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지만, 조금씩 반복해 하다 보면 나아집니다. 머릿속에 새로운 지도가 그려지는 셈이죠. 보통은 이 과정에서 포기하기 쉽습니다. 인위적으로 제어를 해야 하니 쉽지도 않고 결과도 썩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면 훈련 반복수를 낮춰 해봅니다. 하루에 10번 하던 걸 5번 정도로 줄여가며 자신이 매일 유지할 수 있는 최적의 훈련 시간을 찾는 게 좋습니다.

생각해 보면 제가 경험한 운동부터 대부분의 것들이 인지적 지도를 그려나가는 일이었습니다. 그 증거로. 제가 해오고 있는 이 글쓰기를 보면, 분명히 올해 초와 지금의 글은 분위기나 풀어내는 방법, 문장 구사력 등에서 다를 겁니다. 반복 훈련을 하면서 제 머리에 글쓰기에 대한 인지적 지도를 그렸기 때문입니다. 제가 특별히 글쓰기에 재능이 있다거나 많이 배웠다던가 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좋은 방향으로 몸을 쓸 수 있도록 조그만 반복 훈련을 해왔을 뿐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본인의 의지에 따라 본인을 바꿀 수 있다'라고 하나 봅니다.

반복 훈련으로 온화한 표정을 짓기 어려워하는 사람도 매력적인 표정을 가질 수 있고. 저처럼 유리 멘탈이었던 사람도 강한 정신력을 가질 수 있으며, 자존감이 낮은 사람도 높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러기로 마음먹고 행동하느냐, 가만히 있느냐의 차이입니다. 그러니 당장 무언가를 바꿔 보고 싶다면, 오늘부터 작은 습관으로 바꿔나가면 어떨까요?

오늘의 생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