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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정리-감정이 폭발할 때 하지 말아야 할 것.

유현채의 스피치 랩 2024. 11. 3. 14:31

아침 일곱시가 되면 조심스럽게 움직입니다.

 

아이들이 깰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지요. 특히 어린이집 방학에는 더합니다. 저만의 시간을 위해서 말이죠. 오늘도 그랬습니다만,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낯선 번호였습니다. 수화기를 귀에 대니 ‘실례합니다’라며 낯선 남자가 말을 걸어옵니다. 이중 주차해둔 제 차를 빼달라고 합니다.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바로 가겠다고 했습니다. 주차장에 내려가 전화를 걸어온 사람을 찾았지만 없더군요. 혹시 몰라 전화를 걸어보니 맞은편에 주차한 차량이었고 몇 번 시도해 보니 차를 뺄 수 있을 만큼 각도가 나와 그냥 나갔다고 하더군요. 어찌 되었건 불편을 끼친 건 사실이니 죄송하다고 전하고 제 차에 올랐습니다.

기어는 N 단에 있었지만, 주차 브레이크가 걸려있었습니다.

간밤에 아내가 차를 썼는데, 전자식 브레이크다 보니 차에서 내리면서 습관적으로 브레이크를 걸었나 봅니다. 또 다른 문제도 있었습니다. 저는 이중 주차를 할 때 최대한 주차라인에 들어선 차에 붙이듯이 댑니다. 그리고 제 차를 밀어보면서 다른 차와 간섭이 생길지 아닐지도 파악해 둡니다. 그렇게 해야 통행하는 차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제 차는 그렇게 주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붙어 있지도 않았고 비스듬히 서 있었죠. 길게 밀면 통로를 완전히 막을 수도 있었습니다. 실은 저는 이렇게 주차해둔 차를 보며 욕지거리를 한 사발 하곤 하는데, 그 주인공이 아내가 되었다는 생각에 부아가 치밀더군요.

집으로 올라오는 길에 심호흡을 크게 하면서 생각해 봤습니다. 아내가 주차를 이상하게 해두긴 했지만,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을 겁니다. 반대로 아내가 이것 좀 챙겨달라거나, 도와달라고 했을 때 나는 똑바로 했는가를 생각해 보니 헛웃음이 나오더군요. 저도 남 욕할 입장이 아니었으니 말입니다.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평행 주차 때문에 나갔다 왔다며 상황을 담담하게 전했습니다. 사실만 전하고 ‘감정’을 섞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미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다음에는 잘 대겠다고 답하더군요.

새벽부터 전화를 받아 주차장에 내려간 사실과, 남에게 폐를 끼쳤다는 생각에만 집중하니 화가 났지만, 심호흡과 되짚어보기를 하니 감정이 정리가 되었습니다. 만약에 제가 누구나 할법한 실수를 가지고 아내에게 화를 내봐야 제 얼굴에 침 뱉기요, 괜한 감정 소모로 아내와 싸우기만 했을 겁니다.

​사회 초년생 때부터 제법 나이를 먹은 뒤에도 불필요한 분쟁을 만들거나 후회할 일을 생길 때의 저를 떠올려 보면, ‘감정’에만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분노와 짜증에만 집중하면 일을 슬기롭게 해결하지도 못하고 평판만 나빠지기 일쑤지요. 오래 알고 지낸 형님이 제게 이런 말을 해줬습니다. “화가 날 때는 메일을 쓰지도 말고 말을 섞지도 말아, 충분히 숙고하고 감정은 변기로 내려보낸 다음에 이야기를 나눠”라고 말입니다.

조언의 무게를 되새긴 아침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