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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정리-'도대체 나는 왜 짜증이 잘 나지?'에 대한 고찰

유현채의 스피치 랩 2024. 10. 21. 14:33

"저는 불안함을 잘 느끼며, 짜증도 잘 내는 사람입니다"

 

 

저는 지인들로부터 ‘둔감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편입니다. 꼼꼼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관심이 부족하며, 사람들의 감정 변화에 둔감한 편입니다. 관계성이 떨어지는 편이란 의미지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눈치 없는 사람’입니다. 눈치가 없다고 해서 둔하지만은 않습니다. 예민한 구석도 있죠. 이 예민함은 타인을 향하지 않고 저를 향하고 있습니다.

 

저는 저와 관계된 사실에 대해 예민하다 못해 불안과 부정 심리가 강한 편입니다. 이 마음을 표출하는 방법은 ‘짜증’입니다. 앞서 밝혔듯이 저는 관계에 둔한 사람입니다. 그러다 보니 타인을 의식하며 부정 감정을 숨기기 보다는 드러내는 편입니다. ‘저와 관계된 일이 잘 안되면 짜증을 잘 부리는 사람’이란 말입니다. 달리 표현하면 어린 아이처럼 ‘징징대는 사람’입니다.

유식한 말로 ‘신경증적 경향성’이 강한 사람입니다. 이것은 질병이 아닙니다. 기질인데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성격이죠. 부모님을 보면 저와 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아버지입니다.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리면 아버지는 짜증을 잘 내던 분이었죠.

 

이 신경증적 경향성은 외향성 또는 내향성과는 관계가 없다고 합니다. 저처럼 외향성이 강한 면모를 가진 사람도 신경증적 경향을 가질 수 있다는 말입니다. 보통은 내항인에게 관찰할 수 있는 모습이라고 하지요. 다만 위에서 정리했듯이 예민해지는 기준이 자신이냐 타인이냐의 차이가 있습니다.

이 관점에서 제가 평소에 짜증을 부리거나 징징대는 상황이 일관됨을 알 수 있습니다. 본래 세운 계획이 틀어질 때가 그것입니다. 계획은 틀어지기 마련이고 상황에 맞춰 수정하면 그만인데, 저는 그런 생각을 잘 못합니다. 상황에 맞춰 수정하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점보다 부정적인 면에 집중하고, 그것이 예민한 반응을 일으킵니다. 마음대로 안되니 짜증 나는 거지요. 그래서 제가 징징대는 거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몇해전 여름에 그랬습니다. 일이 있어 슈트에 넥타이까지 했습니다. 더운 여름에 슈트차림을 하려면 머릿속으로 계획을 세웁니다. 몇시 부터 몇 시까지 입고, 준비해 나가는 계획입니다. 땀과 힘듦을 최소화할 계획이죠. 준비하고 있는데 아내가 아이들 외출하는데 같이 가자고 하더군요. 어차피 나가는 거니까 역까지 태워다 준답니다. 땀 흘리며 출근할 저를 배려한 마음이 참 곱지요. 그런데 저는 내면에서 짜증이 올라옵니다.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머리는 이미 매만졌고 옷을 입을 준비를 하나하나 하고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 씻기고 옷도 입히고 외출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등 한 가온데로 땀이 흘렀습니다. 셔츠를 입으니 이내 젖어버립니다. 땀에 젖은채로 지하철 탈 생각을 하니, 찝찝하고 불편하다는 생각에 기분이 나빠집니다.

 

그래도 감정을 가다듬고 가족과 밖으로 나와 차로 향했지요. 아이들을 태우고 제가 타려다가 생각해 보니 차 안에 재킷을 걸 곳이 없없어요. 보통 뒷좌석 손잡이에 걸지만, 아이들이 카시트에 타고 있어서 안 되고, 입고 타거나 들고 타자니 재킷이 구겨질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따로 가겠다고 이야기 하고 차 문을 닫았습니다. 옷은 구겨지지 않았지만, 아내의 얼굴이 구겨졌습니다.

일터로 나가는 내내 기분지 좋지 않았죠. 아내 기분도 상했고 제 기분도 상했고 몸은 이미 땀에 젖어 찝찝하고 말이죠. 격한 감정이 속에서 올라왔습니다 감정이 올라올 때는 왜 그 감정이 솟은 건지 핵심을 살펴보려 합니다. 그러면 조금 진정이 되지요. 이윽고 '내 화는 이러저러해서 일어난 거구나' 라며 정리가 됩니다. 이 과정에서 '짜증'에 대해서도 공부를 해봤습니다. 그러니 '신경증적 경향성'이라며 분석된 글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다 읽고, 생각을 정리한 뒤에 아내에게 카톡을 보냈습니다.

 

"나를 도와주려고 했는데 짜증내서 미안해, 내가 공부해 보니까. 나처럼 짜증을 잘 내는 사람은 '신경증적 경향성'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네, 내 일이 계획대로 풀리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편인거지, 아까 그랬거든 옷 다 차려입고 조용히 가려고 했는데, 나를 데려다 준다고 하니까. 아이들과 같이 타는 과정에서 내가 힘들 것 같더라고. 그래서 짜증이 크게 났나봐. 어쨌든 내 생각으로 당신에게 짜증낸게 맞으니까. 미안해. 당신 마음도 몰라주고 말이야."

아내와 저는 비슷하면서 다른 사람입니다. 예민한데 예민함의 방향이 서로 다르니 다툼이 생깁니다. 다만, 돌아볼 수 있느냐 없느냐는 결과를 다르게 만듭니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저는 제 상황에만 집중해 감정적으로 격양이 된 것이었으니, 감정 쓰레기통 역할이 된 아내에게 미안함을 전했습니다.

길게 주저리 썼습니다만, 저는 이기적인 사람이란 걸 다시한 번 알게 된 토요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기심을 다스리기 위한 방법을 다시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잠시 감정을 추스르고 왜, 어디서, 어떻게 화가 시작한 건지 살펴보는 것이죠. 짜증이나 화가 잦은 분들은 한번쯤 시도해 보시길 바랍니다. 자신의 화를 생각하거나 글로 써보며 원인을 파악하기를 말입니다.

 

 

오늘의 생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