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생각 정리-'재능이 없어서가 아니고 하지 않아서다'

유현채의 스피치 랩 2024. 10. 17. 14:14

대학 동기 중에 난놈이 있습니다.

 

천부적인 재능으로 난놈이 아니라. 노력으로 난놈이었죠. 그 녀석과의 첫 만남은 학교 운동장에서였습니다. 학과 체육대회에 혼자 기타를 가져와서는 구석에서 치고 있었죠. 제 기억이 맞는다면, ‘깔짝이는’정도였을 겁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기타를 잡았던 터라, 친구의 연주 모양새가 서툴러 보였죠. 뽐내볼 요량에 기타를 건네받아 그럴듯한 팝송 한두 곡을 쳤습니다. 친구가 놀라며 자기가 가입한 동아리가 있는데 들어오라고 하더군요. 저도 음악을 좋아해서 그러기로 했습니다. 몇 달 뒤 동방에서 만난 친구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기타 실력이 몇 달 전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심지어 친구는 계속 성장했습니다. 한 두해가 지나자 라이브 카페에서 포크송을 부르며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로 실력자가 되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녀석은 쌍권총 학점을 받을 정도로 동아리방에서 살다시피 했습니다. 기타를 들고 자리에 앉으면 손이 부르트고 피가 날 정도로 연습을 했고 포크송부터 댄스곡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연주를 해댔고요. 음악이론 공부도 할 정도로 열의를 보였습니다. 친구는 수많은 연습과 무대 경험을 쌓아 올렸습니다. 남들보다 손가락이 짧은 약점도 이겨낼 정도로 말이죠. 그래서 동기들이 녀석에 대해 ‘노력으로 난 놈이다’라고 합니다.

저는 스피치가 직업이다 보니 ‘어떻게 하면 그렇게 말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곤 합니다. ‘방법’보다는 ‘통찰력’이 중요하다고 답합니다. 대부분의 스피치 환경은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자산이 필요하며 그 자산을 꺼내보는(말해보는)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자산은 머리에 쌓인 말 재료인 지식과 지식을 서로 연결한 고찰입니다. 지식과 고찰을 쌓기 위해서는 독서와 글쓰기는 필연입니다. 지식을 머리에 넣고 고찰한 뒤, 출력하는 과정을 거치며 숙성시키는 거지요. 여기에서 그치면 안 됩니다. 말이란 몸을 쓰는 것이라서, 실제 소리 내어 말해보지 않으면 입술에 올라오질 않습니다. 생각을 음성으로 토해보는 과정을 꼭 거쳐야 정말로 내가 다룰 수 있는 ‘말’이 되더군요.

계속해서 이 과정을 쌓다 보면 생각과 몸이 자유를 얻습니다. 사고와 행동에 막힘이 없는 단계입니다. 그러니 즉흥적인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됩니다. 일종의 세렌디피티(Serendipity) 상태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저는 작두를 탄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저도 제 분야에서 이런 깨달음을 얻고 보니 탁월한 경지에 오르는 방법은 어떤 분야라도 비슷하구나 싶더군요. ‘탁월함’에 대해 어떤 작가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탁월함은 능력보다 습관에 가깝습니다.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불완전해도 과감하게 시도해 보고,

모른다고 인정하며,

타인에 요구에 따라 방향을 수정하는 등 모든 형태의 포용 능력입니다"

작가 도리스 메르틴

 

 

지금 생각해 보면 학창 시절 제 친구가 기타를 잘 치려고 했던 모든 것들이었습니다. 여러분도 그렇지 않으신가요? 각자 분야에서 탁월함을 얻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은 생각보다 더 원초적인 노력이란 사실 말입니다.

오늘의 생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