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생각 정리-당신은 이미 알고있다. XX를 잘하는 방법을.

유현채의 스피치 랩 2024. 9. 6. 11:31

 

'잘하는 비결은 특별하지 않다. 이미 다 알고 있는 방법이다'

 

어려서부터 수영을 좋아했다. 어른이 되어서도 수영을 가까이했다. 특히 나 같은 척추측만증+디스크 환자에게 수영은 최고의 운동 중 하나이다. 다니고 있는 동내 수영장은 대회 규격인 50m 레인이 설치되어 있는데, 25m 풀과 달라서인지 욕심이 생겼다. 천천히 오래 수영하기보다, 빠르고 강하게 기록을 단축하고 싶어졌다. 업그레이드해야 할 부분 중 하나는 팔 동작이었다. 

 

힘을 최소화해서 오래 수영하기를 지향했는데 이런 팔 동작으로는 강한 추진력을 얻기 힘들다. 물을 잡아 미는 동작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 몇 가지 동작을 익혀 바꿔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이미 배어있는 동작 때문이었는데, 폼을 교정하기 위해서 초급 레인으로 바꿨다. 반사적으로 나오는 동작을 바꾸려면 최대한 천천히 움직이며 주의 깊게 행동해야 한다. 바꾼 동작이 익숙해지면 점점 속도를 높이면 된다. 그렇게 기록을 단축하기 시작했다. 팔 동작의 효율이 좋아지고 원하는 기록이 나오기 시작했다.

 

몇 해 전 일본의 댄스 대회에서 우승한 고교팀이 있었다. 코믹하고 절도 있는 군무가 인상적이었는데, 우리나라 여자 코미디언들이 그 춤을 오마주해 활동했다. 그들은 빠르고 절도 있는 춤을 익히기 위해 먼저 느린 박자로 연습하고 익숙해지면 속도를 높였다.

 

작년부터 해오고 있는 글씨 연습이 정체기를 맞이했다. 더 나아지고 싶어서 서예를 전공한 후배에게 조언을 구했다. 녀석은 '오빠 더 천천히 천천히 써, 익숙해지면 속도를 높여'라고 해줬다.

 

표준어 연습 중 잰 말놀이가 있다 '간장공장 공장장' 따위의 문장을 읊는 방법인데, 잰말놀이로 연습할 때는 틀리지 않을 속도로 낭독하되, 틀리지 않는다면 속도를 점점 높여 최대한 빨리 낭독하되 발음은 유지할 것을 주지시킨다. 

 

말하기와 수영, 글씨 모두 다 어떤 기술을 익히는 방법은 동일하다. 심지어 악기도 그렇다. 기타를 연주하기 위한 운지법도 처음에는 천천히 한다. 익숙해지면 속도를 높여간다. 

 

생각해 보면 살면서 필요한 기술 대부분을 이런 과정으로 배우는 것 같다. 내 경우에는 글쓰기도 말하기도 같았다. 처음에는 숙고하며 천천히 하기, 그것이 뭔가를 배우는 시발점이 되더라. 

 

사족:

이것은 '인지적 지도'라는 심리학적 관점과 연관이 깊은데 나중에 소개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