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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정리-다 보고나면 흥미가 없지

유현채의 스피치 랩 2025. 1. 9. 15:03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작법은 영화 쉰들러 리스트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합니다.

쉰들러 리스트를 연출하던 때, 지금은 고인이 된 로빈 윌리엄즈에게 ‘제발 날 좀 웃겨 달라’고 전화했다던 일화가 있다던데, 그만큼 그의 인생에 변곡점이 된 영화인 모양이죠

 

영화는 시종일관 ‘관찰자’ 시점에서 진행됩니다. 감독은 유대인이지만, 유대인이 오직 피해자라는 듯한 연출은 하지 않습니다. 나치를 악마만으로 묘사하지도 않습니다. 흑백으로 표현한 영상은 어느 한 편에 서지 않으려는 의지가 느껴집니다.

 

요즘 흑백사진을 찍다 보니, 이 영화를 떠올리곤 합니다. 흑백사진은 정보가 부족한 사진입니다. 색을 잃은 사진이라고도 할 수 있죠. 그래서 감상하기 위해 상상과 해석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피사체에 더 집중할 수도 분위기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보이는 정보를 줄여 생각이 자라는 효과랄까요?

 

현실 세상은 다릅니다. 다 보여줍니다. 생각할 여지도 없이 쏟아지는 정보들 투성입니다. 무언가를 보고 나면 질문할 필요도 없이 먹으면 그만입니다. 예컨대 영화 한 편을 다 볼 필요도 없습니다. 짜깁기가 된 영상이 다 말해주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배우의 연기, 감독의 작법, 미장센, 음악과의 어울림 등, 작품을 구성하는 낱알을 놓치기도 합니다.

 

생각은 생각할수록 자란다고 했건만, 생각하지 않으니 생각이 심연을 향하기는커녕 개울만도 못하게 되나 봅니다. 인간이 생각하는 동물이라고 했으니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만 같은 요즘이 이해도 됩니다. 생각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더 인간다워지려고 오늘도 생각하렵니다.

흑백사진을 보듯이 ‘왜?’라는 물음표와 함께 말이죠.

 

오늘의 생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