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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정리- 체코 프라하와 용인 수지

유현채의 스피치 랩 2024. 11. 23. 06:40

신혼여행지로 선택한 곳은 체코 프라하였습니다.

 

특별히 프라하에 대한 동경심이 있어서 선택하진 않았습니다. 코흘리개 시절부터 함께 했던 친구가 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프라하 이민 1세대였던 친구는 자기 사는 도시에 오면 숙박부터 스카이다이빙까지 다 해주겠노라 공언을 했지요. 그래서 프라하로 떠났습니다.

 

 


처음 도착한 프라하 구시가지에서 본 동유럽 하늘은 맑다 못해 눈이 부실 정도였습니다. 친구 말을 빌리면 이런 날이 사시사철 내내 이어진다고 하더군요. 그래서였는지 프라하 사람들의 표정은 '내일도 좋을 거야' 같은 분위기가 감돌았습니다. 낙관적인 기운이 흐른다고나 할까요? 지하철만 타봐도 당장 돌격할 것 같은 표정의 전투민족 우리나라 사람들과는 달라 보였습니다. 아마도 타국이니 기분 탓이었겠지만 말입니다.

 

 

 

어제 집 앞 풍경은 동유럽에서 마주했던 광경이랑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먼지가 사라진 하늘은 맑고, 잎사귀 사이로 비쳐들어오는 햇살에 눈이 부셨습니다. 우리나라도 체코처럼 사시사철 이런 날씨면 좋겠다 싶었지만, 머지않아 뿌연 먼지가 뒤덮겠지 싶었습니다. 먼지를 떠올리며 생각해 보니 우리나라 사람은 유럽처럼 넉넉한 분위기보다는 이리저리 시달릴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살아온 것 같더군요. 이 조그만 땅덩어리에서 혹한기와 혹서기를 겪을 수 있고, 4계절 옷을 다 챙겨둬야 하며, 지리적으로는 북에는 적군이, 삼면은 바다로 막혀있지요. 역사를 살펴보면 왜구는 제집 들어오듯이 쳐들어왔고 중원에서는 본보기를 틈만 나면 간섭하고 말입니다. 이렇게 조용할 날 없는 땅이다 보니 우리나라 사람이 강인해진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나무도 그렇지요. 나무는 비바람과 추위, 더위를 견디며 자랍니다. 가느다랗고 말랑말랑했던 아기 나무는 세파에 시달리며 강해집니다. 연약한 속살은 어느새 두꺼운 껍질이 됩니다. 그리고 안에서 자라나는 속살을 지킵니다. 이렇게 생각을 해보니 머리가 맑아집니다. 지금 내 삶이 평온치 않은 건 필연이고 그 고난을 양분 삼아 성장할 것인지, 고난에 불평하며 살지는 선택의 문제라는 걸 되새기며 말입니다. 실은 제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건 '불평 불만으로 소중한 시간을 낭비했던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바쁘게 살렵니다. 오늘을 양분으로 삼아 쓸모 있는 인간이 되렵니다.

그러면 더 성장할 수 있겠지요.

오늘의 생각이었습니다.